서론

현대는 영성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된 영성시대이다. 영성에 대한 관심은 정보시대의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포스트모던이라고 정의하는 현대의 당연한 징조이기도 하다. 앨빈 토플러는 제5의 물결은 영성이라고 할 만큼 영성에 대하여 미래학자들은 한결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식 정보 과학 기술로 대변되는 정보사회가 영성사회라는 것은 아이러니 같은 사실이다. 과학시대가 영성시대인 것은 인류가 과학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다. 인류가 과학과 기술에 깊이 묻혀 살고 지식과 정보에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살게 되면 여기에 대한 반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류는 초과학적이며 신비한 삶을 추구하게 된다. 이런 반작용이 영성에 대한 새로운 관심으로 기울어지게 하는 것이다.

영의 성경적 의미는 하나님의 숨이다. 영성이란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고 하나님의 숨결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성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영성을 ‘하나님을 향해서 ’ ‘하나님 안에서’ 사는 삶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영성이란 ‘그리스도와 일체된 삶’을 의미하며 기독교의 영적 종교적 차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영성은 영이신 하나님과 교통하게 하며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가게 한다.

기독교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영성적 기능(spiritual function)이며 다른 하나는 예언자적 기능(prophetic function)이다. 그래서 기독교를 영성적 기능을 가진 영성적 종교이며 동시에 예언자적 기능을 가진 예언자적 종교라고 한다. 교회 사가들은 유럽 교회가 급속도로 쇠퇴의 원인은 예언자적 기능에 지나치게 치중하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예언자적 기능에 지나친 무게를 둔 것이 교회 쇠퇴의 원인이 되었다면 교회가 쇠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능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영성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의 한국 교회는 영성적 기능의 쇠퇴가 현저하며 두 가지 기능의 불균형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교회의 기능적 균형은 중요한 관심사이다. 미래적 전망에서 한국 교회가 재 성장할 수 있는 관건은 영성이다. 이 영성의 회복은 성경의 본래의 모습 교회의 본래적 사명으로 돌아가려던 종교개혁에 버금가는 한국 교회의 신 종교개혁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메리랜드 대학의 정신의학자 아더 워윅은 “사람은 확실한 것 안전한 것 그리고 영적인 것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기독교만이 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 사람들은 더 불확실한 것 더 불안한 것을 추구하게 하는 요인이다. 기독교 외의 모든 존교가 나름대로 영성이 있고 영성을 추구하고 있다. 불교는 불교의 영성이 있으며 동서양의 신비종교가 영성이 있으며 무당들도 영성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는 이러한 비기독교적 영성과 다른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영성을 가져야 하며 사회에 제공하여야 한다.

교회는 이러한 영성의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사회에 건전한 영성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영성을 상실하지 말아야 하며 사회에 영성을 제공할 능력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교회가 사회에 대하여 건강한 영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잘못된 영에 미혹될 것이다. 이것이 영성사회의 또 다른 딜레마이다. 교회는 사회에 대하여 영성의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

1. 영성이란 무엇인가?

영성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누구나 영성이 무엇인지는 개념적으로 알고 있다. 영성이란 그리스도인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성품이다. 영성이란 그리스도와 일체된 삶이다. 영성이란 그리스도인의 내적 생활이다. 로널드 롤하이저는 “우리 속에는 정신과 영혼이 있으며 그 영혼에 대하여 우리가 취하는 행동이 영성이다. 영성은 치료가 불가능한 그 욕망과 우리 속에 있는 신들로부터 온 광기를 다스리는 것이다”고 한다. 나아가서 그는 영성이란 우리의 에로스를 어떻게 방출하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성은 우리 속에 있는 기운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관한 것이다. 영성이란 우리 속에 있는 불꽃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가 취하는 행동이며 우리의 에로스를 어떻게 분출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영성은 궁극적으로 그 같은 욕망에 대하여 우리가 뭔가를 취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성이 그리스도인의 내적 생활이란 것은 영성이란 삶의 방법과 생각을 승화시키고 거룩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영성은 날마다 우리의 생각과 삶을 거룩하게 하고 주님을 닮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은 주님의 뜻에 나의 뜻을 일치시키고 그분의 뜻에 완전히 복종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이런 복종의 삶은 거룩한 부담감이며 달콤한 멍에이다. 간단히 한 마디로 줄인다면 영성이란 우리가 하나님과 관계 맺는 방식 그분과 가까워지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인간은 영성을 추구하지만 영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인간이 추구하는 영성이란 어디까지나 하나의 과정이다. 그래서 영성이란 “타자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이미지로 변해가는 과정”(The process of becoming the image of Christ for the sake of others)이라고 설명한다. 성공회 신학자 존 맥쿼리는 영성은 완전한 의미에서 한 인간이 되는 것(becoming a person)과 관계된 것이라고 하였고 성공회 영성가 에블린 언더힐은 영성 생활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전인적 균형을 개발하는 삶(기도 학습 노동)과 일상생활에서 하나님과 일치를 이룬 삶으로 정의하였다.

스콜라신학은 이성에 치우치는 반면 수도원적 신비신학은 정의적 면을 소중히 여겼다. 영성신학에서는 영성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객관적 영성과 주관적 영성이다. 영성을 외형적으로 어떻게 나누든 영성의 내용은 고독 청빈 엄격함 등 세 가지 세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영성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가르쳐준다.

2. 십자가의 영성

모든 기독교 영성의 중심은 그리스도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 프랜시스 살레지오가 말한 대로 성도들은 갈보리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만 중보하고 묵상하고 주님을 경험한다. 그리스도는 영성의 중심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그 영성을 완성하신다. 프랑수아 바리용이 말한 대로 모든 영성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 모인다. 확실한 기준 곧 영적인 진정성을 지닌 단 하나의 기준은 십자가이다. 십자가로 인도하는 모든 것은 진정으로 그리스도교적인 것이다. 십자가를 제거하는 것 또는 십자가를 교묘히 피하게 하는 것은 모두 가짜거나 유사품에 속한다.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왕국은 십자가의 왕국이다. 그리스도와 십자가는 뗄래야 뗄 수 없다. 십자가는 고난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라 고난 받는 그리스도에 대한 메시지이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중심이며 영성의 중심이다.

우리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인 십자가는 우리를 불러 고통이 있는 곳에서 은혜를 죽음이 있는 곳에서 부활을 보게 한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가 우리가 일체가 되게 하는 도구이다. 그리스도와 일체된 삶이 영성이라면 그리스도와 내가 일체가 되게 하는 십자가야말로 영성의 최고봉이다. 그래서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 내가 산 적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못 박혔다는 것은 그리스도와 내가 십자가에서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것은 죽는 것을 의미한다. 영성가들은 파스크(pasch)의 영성을 강조한다. 히브리어로 ‘페사흐’인 ‘파스크’는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약진하신 사건이다. ‘파스크’는 복음 선포와 전체 기독교 신앙의 정수다. 주 예수님의 교회에는 하나의 영성 즉 ‘파스크’ 영성만이 있다. ‘파스크’ 영성이란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기 위해 죄와 이기심 부정직 그리고 타락한 사랑에 대해 매일 죽는 것이다.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하였다. 매일 죽는 사람은 매일 부활의 은총을 누린다. 이것이 파스크의 영성이다.

파스크 영성은 일곱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파스크 영성의 중심은 그리스도다. 둘째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를 의식한다는 점이다. 셋째 인간 본성은 비록 타락했으나 구속받은 것으로 그래서 흠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선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넷째 예수님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다섯째 유쾌하고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여섯째 획일이 아닌 연합을 증진한다는 점이다. 일곱째 사람을 자유로운 존재로 간주한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와 일체되는 삶은 영성의 모든 것을 성취한다.

3. 인간과 영성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 가운데 사람에게만 하나님의 형상을 주셨다. 이것이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헬라어의 사람이란 단어 ‘안트로포스’는 위를 향한 존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하나님을 향한 존재이다. 인간은 하나님을 향할 때에 인간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참 인간이 될 수 있다. 모든 동물들은 땅을 향해 살지만 사람은 꼿꼿이 서서 위를 향해 산다. 거의 모든 동물들의 신체구조는 입이 제일 앞에 있지만 사람은 위를 향해 있고 머리가 제일 위에 있다. 이것은 사람이 위를 향한 존재라는 의미이다.

인간은 영으로 지음을 받았다. 하나님의 인간 창조는 흙으로 빚은 육체에 생기를 불어넣으심으로 생령 즉 살아있는 영을 만드심으로 완성하셨다. “생령이 된지라”는 말씀은 영성이란 생명에 그것도 누군가가 부여한 생명에 닿아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영성이란 성령 하나님의 거룩한 영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영이란 히브리어 성서와 헬라어 성서에 의하면 바람이고 숨이다. 다시 말해 실체는 안 보이지만 그 작용과 영향력은 분명히 보이는 존재이다. 인간은 살아 있는 영이다. 인간은 살아 있는 영일 때에 인간이다. 인간은 영적으로 살게 창조되었고 영적으로 살 때만 인간이다. 인간은 영적으로 살 때에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삶을 누릴 수 있다. 토마스 머튼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영적으로 되려면 우리는 인간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의 창조는 하나님의 형상의 창조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사는 것 즉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이 영성이다. 인간은 끊임없는 내면의 변화를 통해 상실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야 한다. 이것은 성화의 단계이며 성화의 단계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이런 회복의 단계가 영성이라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영적 성숙에 도달한 사람은 없다. 영적 성숙에 도달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 영적 성장에 이르는 길은 많지만 간단하고 확실하게 말해 영적 성숙의 종착점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르는 것이다.

헨리 나우웬은 영성을 존재의 영성 관계의 영성 사역의 영성으로 분류하였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성은 존재의 영성이다. 존재의 영성 없이 관계의 영성이나 사역의 영성이 정립될 수 없다. 사역의 영성에만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면 영성 자체가 무너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역의 영성도 허물어지게 된다. 내면적인 변화가 없이 외형적인 사역이 있을 없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15장에는 “너희가 내 안에 거하면”이란 말씀은 존재의 영성이다. 존재의 영성이란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내면적 일체를 의미한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은 관계의 영성이다. 관계의 영성은 존재의 영성에 뒤따른다. “과실을 많이 맺게”는 사역의 영성이다. 사역의 영성의 기초는 존재의 영성이고 관계의 영성은 사역의 영성을 낳는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존재의 영성 없이는 사역의 영성은 기대할 수 없다.

4. 삶과 영성

주관적인 영성은 독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영성은 객관적이어야 하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삶의 영성이다. 아무리 영성적 존재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의 삶이 영성적이지 못하면 영성은 참 영성이 아니다. 삶의 영성이 없는 존재의 영성은 없다. 존재의 영성은 개인의 내면적 삶을 위한 영성이라면 관계의 영성은 타자와의 삶을 위한 영성이다. 기독교의 영성은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공동체가 기독교를 구성하는 핵심의 일부이며 따라서 영성 구성의 핵심요소도 되는 것이다. 기독교의 영성은 공동체의 영성이며 삶의 영성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의 일꾼의 자격을 열거하고 있다. 구약과 신약은 각각 일꾼의 자격을 논한다. 구약에서는 출애굽 공동체의 일꾼들을 세울 때에 그 자격을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무망하며 불의한 이를 미워하는 자”(출 18:21)라고 한다. 신약에서는 초기 교회 공동체의 일꾼을 세울 때에 그 자격을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듣는 사람”(행 6:3)이라고 하였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는 영성을 갖춘 인물을 의미한다. 진실무망하여 불의한 이를 미워하는 자는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의미한다.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자는 영성적 인물이다. 칭찬 듣는 사람은 도덕적 인물이다. 구약과 신약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교회 공동체의 일꾼의 자격은 영성과 도덕성이라는 것이다. 디모데전서 3장과 디도서 1장 등의 일꾼의 자격은 한결같이 영성과 도덕성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성경은 도덕성을 자세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덕성은 삶의 영성이다. 내면의 존재의 영성이 관계의 영성과 사역의 영성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도덕성이다. 영성이 삶에서 나타나는 것이 도덕성이라면 도덕성도 영성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적 성장에는 인격 형성이 포함되므로 성품이 강조되어야 한다. 도덕성은 인간 영성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도덕성을 잃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잃는 일이다. 도덕성은 곧 하나님의 모습이다.

토마스 머턴이 말한 대로 영적 생활에 있어서 비현실성에 빠지는 것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다. 영적 생활은 현실성에 근거하는 것이다. 현실성을 벗어나서는 영성을 논할 수 없는 것이다. 현실에서 영성적 삶을 사는 것이 바른 영성이다. 그러므로 영성은 삶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스위스의 철학자 겸 작가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은 “영적 생활이 없는 사람은 환경의 노예이다”라고 하였다.

영적 삶은 깨어있음이다. 자신의 내면의 변화에 깨어 있고 삶의 거룩성에 깨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은 이 양면을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유함과 경건함 행동과 묵상 개인의 도덕심과 사회정의 등 삶의 모든 면에 관한 것이다. 14세기 영국의 영성가 노리위치 줄리안의 지냈던 방에는 세상과 접촉하는 세 개의 창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 창은 축성된 성체를 바라볼 수 있고 둘째 창은 길가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셋째 창은 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음식을 받고 생필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창이었다고 한다. 진정한 영성적 삶은 생활에서 드러나고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의 의복 수면 음식 직장생활 등 모든 일상이 영성적으로 변화되어야 참된 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 영성과 훈련

영성적 삶은 훈련을 통하여 가능하다. 영적 훈련의 기초는 영적 수련이다. 윌리엄 로우는 금식과 기도가 영적 수련의 두 요소라고 말한다. 영적 훈련은 영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과정이다. 영적 훈련 없이 영성적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훌륭한 영의 사람은 끊임없는 자기 훈련을 통하여 영의 사람으로 거듭난 사람이다.

영성생활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다. 회심 정화 조명 일치이다. 이 네 가지 단계는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영적 성숙을 통하여 마지막 단계에 이른다. 영성생활이 그리스도와의 일치하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영적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기도와 말씀의 묵상 그리고 실천적 삶은 영적 훈련의 요소이다.

영성 훈련의 방편은 기도만은 아니다. 오순절의 성령의 강림은 기도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고넬료의 집에서의 성령의 강림은 말씀을 듣는 도중에 이루어졌다. 이것을 학자들은 ‘가이샤라의 오순절’이라 부른다. 성령 강림은 기도만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외에도 성령의 강림은 다양하게 이우러진다.

하나님의 임재를 가장 탁월하게 경험한 평신도 수도사인 니콜라스 헤르만은 로랜스 형제라고 불린다. 그는 영적인 생활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연습으로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영적인 생활에 있어서 가장 거룩하고 가장 필요한 연습은 곧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다. 우리의 삶에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연습하는 것이 영적인 삶이다. 이것은 영적인 훈련을 통하여 가능한 것이다. 그는 모든 삶 영원한 것과 찰나적인 것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삶을 살았다.

수도사에게는 세 가지 수도사의 서원(Monastic vows)이 있다. 이 서약은 수도사가 될 때에 하는 서원이며 평생 매일 아침 기도회마다 그 서원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수도원의 전승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수도원의 미덕이다. 수도사의 세 가지 서약은 가난(poverty) 순결(Chastity) 그리고 순종(Obedience)이다. 이 세 가지는 수도사가 되기 위한 기본 약속이다. 수도사의 서원은 하나님 앞에서의 자신의 봉헌과 희생이다.

수도사가 될 때의 서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되고 파기될 수도 있다. 수도사들은 매일 아침 이 서원을 반복하며 다짐한다. 평생을 가난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가난하게 살겠다고 한다. 평생을 정절을 지키며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순결을 지키며 살겠다고 한다. 평생을 순종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순종하며 살겠다고 한다. 매일의 다짐은 평생을 살게 만든다. 그래서 이 수도사는 우리의 삶이 매일 거듭나고 회심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것을 그들은 ‘영속적 회심’(perpetual conversion)이라 한다.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우리가 성취하는 것(achieve)이 아니라 받는 것(receive)이다. 우리의 영속적 영적 노력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 영성이다. 영성의 훈련은 하나님께로부터 영성을 얻기 위한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에 불과하다. 하나님은 노력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영을 부어주시는 것이다.

6. 한국교회의 영성 쇠퇴와 영성 회복

최근 한국교회는 교회의 영성적 기능을 서서히 상실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1996녀부터 한국 사회는 비영성적 사회 분위기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 해에 환생과 전생 신드롬이 사회를 지배하였고 젊은이들 사이에는 소위 ‘만득이 시리즈’가 유행하였다. 동시에 그 해에는 무당 이야기가 고조되어 무당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 사회전 변화는 교회의 영성적 퇴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회의 영성적 퇴조는 사회의 비영성적 분위기의 고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르네상스(Renaissance)와 종교개혁(Reformation)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정신이 재생정신이었다는 것이다. 16세기의 르네상스는 중세에 대한 단절로서 재생을 알리는 인간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운동이었다. 그래서 르네상스를 근원으로 돌아가는(ad fontes) 운동이라고 표현한다. 종교개혁 역시 중세에 대한 단절로서 성경의 본질로 돌아가려는(ad biblia) 운동이었다. 르네상스가 인문주의적 시도였다면 종교개혁은 영적 시도였다. 르네상스란 중세인이 입혀준 외식의 옷을 벗는 운동이며 형식의 거품을 빼는 운동이었다. 결국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은 중세의 세상과 단절된 방주 안의 구원에 만족하고 울타리 안에서 고행과 도덕률을 강조하여 내용보다 교리에 치중하였던 당시의 중세 풍의 경건의 탈을 벗어버리고 교리로부터 탈출하고 생명력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가는 훈련을 하는 새로운 경건으로 전환되게 하였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중세의 탈을 벗고 형식의 탈을 벗는 운동이며 교회의 본래적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영성운동이었다.

한국 교회가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얻게 된 중세 풍의 형식과 거품과 깨기 힘든 두터운 껍질을 가지게 되었는데 교회는 과감하게 이러한 거품을 걷어내고 껍질을 깨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중세에서 교회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은 교회의 영성의 회복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고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영성을 회복하여야 한다는 요청이다. 더구나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조직화될수록 인간의 심리는 영성을 찾게 되고 본질로 돌아가려고 하는 회귀본능이 발달하게 된다. 인간의 삶이 기술화되고 조직화될수록 인간은 기술에서 초연해지고 조직에서 해방되려고 하는 심리를 동시에 가지게 되며 이러한 해방의 돌파구로 영성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 교회는 기복적이라는 자타의 비판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왔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 기독교사에 나타난 한국 교회의 모습은 기복적이 아니다. 1960년대에 제3공화국이 출발하면서 국가의 기조는 가난에서의 탈피였고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로 바뀌었다. 경제성장이 국가의 시책이 되므로서 교회도 잘 살 수 있다 부자가 되어야 한다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한국 교회의 중심은 하나님의 나라였다. “예수 믿고 천당”이 전도요 설교의 핵심 주제였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다시 교회의 본질적 영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의 신 경영 기법에 의하면 미래인들의 구매 심리는 국적이나 상표가 아니라 품질과 가격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 제품인가를 따져서 사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으면 국적에 관계없이 산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교회를 선택하는데도 상당히 주효하게 적용된다. 교인들의 교회이전의 이유 가운데는 이사와 결혼이 가장 큰 이유이며 거리가 그 다음이며 교단이 달라서 옮기는 교인은 그리 많지 않다. 미래 교회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할 것이다. 교회의 영성적 품질이 우수하고 가기가 쉬우면 교단과 교파에 관계없이 교회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각 교회는 교단이나 교파의 프리미엄보다 교회의 영성적 질을 우수하게 해야 한다. 21세기는 목회 기술이 아니라 목회 영성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목회자의 영성은 미래 교회의 생명인 것이다.

7. 21세기와 영성

앙드레 말로는 21세기는 종교적일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인간은 영성적으로 변화되며 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포스트모던인들은 반종교적이면서도 상당히 영적이다. 포스트모던의 문화는 방향을 묻고 다니는 당일치기 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다고 레너드 스윗도 말한다. 그래서 포스트모던인들은 누구나 생명을 얻는 영성이든 아니면 생명 파괴적 영성이든 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오늘날 서구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의 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는데 영성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는 비율로 볼 때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서구에서는 확연하게 드러났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감지되고 있는 포스트모던 현상이다.

21세기를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정보 사회라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1989년에 이미 21세기는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1989년은 동구권이 붕괴되던 해인데 동구권의 붕괴란 정보 사회의 구도로 세계가 재편되었다는 의미이다. 정보 사회의 기조는 산업 사회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정보가 사회의 중심이 되는 사회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정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산업 사회와 정보 사회의 차이를 개미 사회와 거미 사회란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개미란 부지런히 일하여 모든 먹이를 독점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산업 사회에서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소유하게 되었으며 소유를 독점하던 시대이다. 그러나 거미는 개미가 아니다. 거미는 공중에 거미줄을 치고 사는 생물로 부지런히 일하는 타입이 아니라 좋은 길목에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다가 먹이가 걸리면 잡아먹는다. 정보 사회는 부지런함 보다 정보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승리한다. 정보 사회는 개미 사회와 같이 독점이 아니라 공유하는 사회이다. 그러므로 정보 사회를 살아야 하는 우리는 정보 네트워크를 가져야 하며 모든 지식과 소유의 공유로 전환해야 한다.

목회자가 정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정보가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사회를 이해해야 사회를 구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는 사회를 구원하는 도구는 아니다. 사회를 구원하는 것은 영성이다. 그러므로 21세기는 정보 사회인 동시에 영성 시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한결같이 21세기를 영성 시대라고 정의한다. 영성이 중요한 사회 구성 요인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21세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21세기에는 영성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고 사회가 이를 요청하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21세기에는 이단과 사이비가 횡행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미래 현상은 과학기술과 조직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사람들이 기계와 더불어 살고 조직적 사회에 살게 되면 자연히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영성을 추구하게 된다. 영성 시대에 교회가 건전한 영성을 사회에 제공하지 못하면 사회는 건전치 못한 영에 미혹되게 된다. 이는 이미 성경이 말하고 있는 바이다. “거짓 선지자가 많이 일어나 많은 사람을 미혹하겠으며”(마 24:11)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이어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리라”(마 2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