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발제 및 토론자들. 왼쪽부터 김승연 목사 박상은 원장 이기춘 이사장 조성돈 교수 김권수 목사(동신교회). 맨 오른쪽 발표하는 이는 주제강연한 김대동 목사. ⓒ이대웅 기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출범 6주년을 맞은 미래목회포럼은 기념 정기포럼의 주제로 ‘크리스천의 죽음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선택했다.

‘죽음’도 선택 가능한 시대 교회가 생명사랑 앞장서야

▲조성돈 교수.

조 교수는 이들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죽음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다고 생각됐지만 일부에서는 선택되고 있고 신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죽음이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선택’으로 말미암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식을 사회에 만연시킬 수 있게 됐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는 죽음과 생명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르쳐야 할 필요가 생겼다. 조 교수는 “생의 가치와 더불어 죽음의 가치도 만들어 나눠야 할 때”라며 “바른 구원관과 죽음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고 그 뜻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생명에 대한 바른 가치를 제시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성경의 입장을 제시하면서 “죽음조차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선하심 안에 이뤄지는 믿음의 행위”라고 밝히고 “죽음은 생과 사를 선과 악을 구원과 패망을 가르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하나돼 그분 안에서 다시 죽을 수 없는 존재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OECD 중 1위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자살’과 관련해 조 교수는 “한국사회는 장년층·남성·최근 급증이라는 자살의 경향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종합하면 장년 남성들의 아노미적 자살이 큰 영향력을 행사함을 알 수 있다”며 “이들의 문제는 경제를 가치의 준거로 보는 세계관과 자아정체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기서 교회가 가능성을 갖게 된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복음의 능력으로 우리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을 줄 수 있는 동시에 한 영혼 한 영혼에 대한 사랑만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생명 한 생명에 대한 사랑을 교회가 가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자살 교리논쟁 그만하고 예방대책 마련해야

두번째로 ‘자살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과 예방대책’을 발제한 이기춘 이사장(한국생명의전화)은 자살이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국가적 문제가 됐다며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오늘날 기독교가 자살 문제에 대해 전념해야 할 과제는 자살에 대한 교리적 규범이나 비판적 해석이 아니라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는 일”이라며 “한국교회는 정신건강의 의의를 재인식하고 급격한 가족해체의 전략을 마련하며 사회적 지지망의 중심인 상담기관들을 돕는 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조직망을 통해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기독 의사가 바라보는 죽음’을 주제로 발제한 박상은 원장(안양샘병원)은 죽음을 준비하는 인생에 대해 강조했다. 박 원장은 “30년 가까이 내과의사로 일하면서 3천명이 넘는 사람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정확히 이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며 “한 부류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몸부림치며 저항하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부류는 죽음을 맞이하러 반갑게 달려나가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언제라도 죽음을 맞닥뜨려도 주저하지 않도록 하루하루의 삶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가고 싶다”며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구호처럼 적극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제강연한 김대동 목사(분당구미교회)는 “오늘날 사람들은 죽음을 외면하고 죽음을 죽여버렸다가 결국 끝내 나를 덮치고 마는 노상강도 같은 꼴의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며 “품위있는 죽음(death with dignity)이 없으면 품위있는 삶도 있을 수 없으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시며 모든 삶의 목적을 이루시고 육신적 생명의 한 완성을 보이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마지막 순간 예수님처럼 고백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다가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인 대통령 국민장의 경우 천주교·불교 의식 해야 하나?

발제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에서 기독교 여러 의식 중 특히 기도를 한 것이 적절한가’와 ‘기독교인 대통령이 훗날 소천했을 때 이번처럼 천주교·불교·원불교 등 여러 종교의식을 함께해야 하는가’를 직접 질문했다.

이에 대해 조성돈 교수는 “우리는 시민으로서의 삶과 성도로서의 삶을 잘 구분해야 한다”며 “국민장은 국민들을 위한 의식으로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기춘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는 분명 지나치게 미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권오성 목사가 기도를 맡으면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아는데 기도를 자세히 들어봤지만 내용상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