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부흥의 배경에는 수 많은 순교자의 피가 뿌려져 거름 역할을 했다. 오늘날 교회는 그 위대한 순교 신앙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미래목회포럼(대표 신화석·최이우 목사)이 ‘순교의 영성’을 주제로 13일 종교교회에서 정기포럼을 개최하고 한국교회의 순교 신앙과 순교 영성을 발전 계승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포럼에는 임희국 교수(장신대), 이덕주 교수(감신대), 배본철 교수(성결대) 등이 발제자로 나서 순교 영성의 신학적 정의와 순교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신대 임희국 교수 ⓒ크리스챤연합신문 ◇

임 교수는 또 “과거 정치적 억압과 탄압 속에서 신앙을 지키다가 희생당한 순교자들과는 달리 오늘의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탄압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물질적 풍요로움을 하나님처럼 떠받치고 돈을 하나님처럼 섬기게 하는 맘몬의 힘이야 말로 교회가 순교신앙으로 맞서야 할 할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한국교회는 지금 신앙 가치관 및 가치체계에서 박해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경제제일주의 가치관에 오염된 인간성, 상업주의 소비문화, 사람마저 효용성의 유무에 따라 물건처럼 버리려는 물화된 사회상황에서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선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감신대 이덕주 교수 ⓒ크리스챤연합신문◇

‘주기철목사의 순교 영성’이란 주제로 발표한 이 교수는 “순교자들의 순교신앙은 배반할 수 없는 사랑의 힘에서 비롯됐고, 민족적인 저항운동과 같은 정치적인 성격도 띠고 있다”면서 평소 삶에서 눈물과 땀으로 표현되는 ‘백색 순교’(white martyr)를 실천하던 신앙인들이 마지막 순간 피를 흘리는 ‘적색 순교’(red martyr)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예로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순교자 주기철 목사를 들었다.

이 교수는 또 “해방 후 전개된 한국교회의 순교기념 사업에 일본과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심과 불신감이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배타적 민족주의(exclusive nationalism)나 편협한 반공주의(illiberal anti-communism)는 용서와 화해를 추구해야 할 기독교 신앙에서 극도로 경계해야 할 것들”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것들을 청산하지 않는 한 순교 기념사업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계속 증오와 갈등만 재생산할 뿐이며, 그런 면에서 증오와 불신의 고리를 끊고 용서와 화해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순교 신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갈등과 불신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사랑을 본받는 순교신학이 ‘증오의 신학’이 아닌 ‘사랑의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 교수는 ‘순교적 영성의 현대적 해석과 적용’을 주제발제에서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순교적 영성’(Martyrdom Spirituality)의 보편적 실행”을 강조하고, “순교적 영성은 십자가 신학의 핵심,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의 핵심, 복음적 성령론의 핵심”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배 교수는 순교적 영성에 대한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결대 배본철 교수 ⓒ크리스챤연합신문◇

“현대교회 내에는 어쩌면 단지 오락(entertainment)으로서의 기독교 문화가 범람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감이 있다”며 “기독교 문화들은 삶속에 진지하게 반영되는 모습이 결여되어 있으며, 유혹이나 시련 앞에서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크리스천들을 만들어준다”고 지적하고 한국교회를 힘 있게 세울 순교적 영성에 대한 문화 컨텐츠가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순교적 영성이 복음의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요소라는 점을 신학적, 목회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강조해야 할 때”라며 “그럴 때 한국교회는 단호한 십자가의 정신을 짊어지고 다시 힘 있게 일어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