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선교사가 제물포항에 입국한 해를 기준으로 올해 한국기독교 선교역사가 130주년을 맞는다. 이에 한국교회는 130주년 기념대회조직위를 구성하고 심포지엄 및 기도회 백서 발행 학술대회 등으로 이를 기념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 복음전래 130주년을 한국교회의 역사적 조명작업을 통해 한국의 근대사를 정리하고 대사회적 신뢰회복을 물론 미래를 열어가는 분기점이 되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이를 정리하고 의미와 과제를 짚어본다.

복음의 진원지와 멀리 떨어져 있던 아시아의 조용한 나라 조선에 선교사가 파송된 것은 정확히 1884년 일이었다. 알렌 선교사 이후 그 이듬해부터 수많은 선교사들이 들어왔지만 유교문화와 외교의 빗장을 걸어 잠근 쇄국정책 속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희생과 사랑으로 척박한 땅에도 복음의 씨는 뿌려졌고 이제 전 세계에 2만 5천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복음강국으로 성장했다. 선교사가 첫 발을 내딛은 부산에서 역사적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개최한 지금 한국교회는 민족뿐 아니라 아시아 세계 교회에 ‘복음 전파자’로서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첫 시간으로 130년 한국기독교선교 역사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에비슨 선교사 모습.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제공)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로 시작된 한국기독교 선교 역사

한국기독교 선교역사는 1884년 9월 14일 알렌 1885년 4월 2일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부산 땅을 밟은 순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베델 헐버트 캠벨 스크랜턴 홀 헤론 등 젊고 유능한 수많은 선교사들이 들어와 생을 바침으로 복음의 꽃을 피웠다.

당시 조선은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 야욕에 둘러싸여 500년 기운을 다하고 있던 터였다. 흥선 대원군의 강력한 쇄국정책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안착이 힘들었고 종교적으로는 이전에 들어와 있던 천주교가 처참하게 박해를 당하는 등 위험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 선교사들이 선택한 길은 정부와 가까이 하며 민중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길이었다. 의료 교육 민족운동에 특히 많은 역량을 집중시켰다. 미국 선교사이자 의사 출신이었던 알렌이 고종을 도우면서 신뢰를 쌓아 고종 주치의로 발탁됐고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을 세워 본격적인 의료 선교 사역을 시작했다.

제중원에 딸린 방 하나를 얻어 서상윤 송석준 김필순 등이 예배의식을 가진 것이 남대문교회 역사의 첫 기점이 되었다. 기독교 선교가 처음 시작될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집회를 할 수 없었기에 교회들이 외국인의 선교기관을 발판 삼아 설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알렌이 구축해 놓은 제중원은 선교사들이 조선으로 들어오는 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스크랜튼 헤론 엘러스 호르톤 빅톤 에비슨 등이 이곳을 거쳐 다음 선교 방향을 잡았다. 진료 활동 외에도 의료 행위를 도와주는 조수를 양성하기 위해 조선 학생들을 뽑아 의료교육을 실시했다. 이런 공로로 고종이 알렌과 엘러스에게 각각 당상관이란 특별한 벼슬을 내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제중원에도 위기는 있었다. 조선 정부의 재정난이 가중되자 제중원 운영권을 미국에 넘겼는데 이때 미국의 한 부호가 큰 돈을 기부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던 것이다. 바로 지금의 연세대학교의 세브란스병원으로 병원 이름은 기부자인 ‘세브란스’의 이름을 땄다. 이를 계기로 의료선교사역이 민중 속으로 나아가게 됐다.

교육 독립운동 통해 민중 종교로

또한 무지의 어둠 속에 갇힌 민중을 구제하기 위한 교육 운동에도 앞장섰다. 선교사들은 잘 닦여진 고국의 인프라를 이용해 조선에 학교를 세워 미래 세대를 양성했다. 감리교 소속 스크랜턴 부인이 서울 정동에 사립 여자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을 세워 초등 중등 대학교육을 아울러 실시했다. 지금의 이화여고 및 이화여대의 전신인 셈이다.

제중원에서 여의사로 활동했던 미국 북장로교 소속 엘러스도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사택에 정동여학당을 세워 학생들을 가르쳤다. 생활관습과 예절은 한국식을 존중해 따랐고 성경 역사 지리 산술 위생 등을 가르쳤다. 이곳은 3.1운동에 동참했던 졸업생인 김마리아가 본부를 두었던 관계로 일제의 탄압이 극심했다. 고종황제 국상 때에 항거하고 1926년 6.10만세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는 이유로 30여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지금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으로 자리를 옮겨 정신여중 정신여고가 됐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특히 교육선교에 집중한 인물이다. 경신학교를 세워 조선 젊은이들에게 국어는 물론 영어 한문 수학 과학 성경 등을 가르쳐 미래 지도자와 교사들을 길러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15년 3월 대학부를 설치한 것이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다. 초창기 교사로는 언더우드 외에 알렌 밀러 등이 함께했고 학생으로는 김유순 김규식 안창호 서병호 등 역사적 인물들을 배출했다.

초창기 선교사들의 의료 교육 선교사역은 자연스레 민족운동으로 이어졌다. 그 중 선교사들은 구심점이 되는 개몽운동단체 설립에 전면으로 나서줬으며 그 뒤를 이어 조선의 젊은 지도자들이 섰다. 예를 들어 애국개몽운동을 주도했던 YMCA는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설립을 주도했다. 1899년은 독립협회가 해산된 이후 모든 민간단체의 설립과 활동이 금지된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외국인 신분의 선교사들의 도움은 매우 절실했다.

초창기에는 상류층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가 점차 애국개몽운동 단체로 변화됐다. 양반과 상인의 구분이 뚜렷했던 시절 교회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는 상류층이 많았는데 엘리트 교육을 내세운 YMCA설립을 통해 그들을 복음의 영역으로 끌어 모은 것이다.

헐버트와 질레트는 YMCA회관 건립을 위해 기금을 모았고 초안을 작성했다. 초대 총무로 취임한 질레트는 성서연구반을 조직하고 야구 농구 같은 스포츠를 보급하는 등 근대 시민육성에 힘을 보탰다. 또한 1904년 당시 연동교회 담임이었던 게일 목사는 이상재 김정식 유성준 이원긍 등 출옥한 독립협회 지도자들을 교인으로 맞아들이는 한편 YMCA회원으로 끌어들여 애국운동을 이어가게 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개신교 외국인 선교사 무덤에 다가가 잡초를 뽑고 있는 봉사자 모습.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제공)

전세계 2만5천명 선교사 파송국으로 급부상

이렇듯 각 분야에서 헌신한 초창기 선교사들 덕분에 한국기독교는 민족 민중과 함께하는 종교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이런 헌신은 자연스레 미래 세대인 조선의 젊은이들을 깨워 그들의 빈자리를 이어가도록 이끌었다.

암울했던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를 겪으면서 신앙은 더욱 단단해졌고 복음의 수혜자에서 이제는 거꾸로 복음 전도자로 당당히 서게 됐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가 2013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전 세계에 25 745명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복음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지난해 복음이 첫 발을 내딛은 부산에서 세계교회가 하나로 뭉치는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제8차 총회를 개최함으로써 달라진 한국교회 위상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교회들은 한국교회만의 독특한 예배형식인 오순절예배 새벽기도회 등을 경험하고 부흥의 모델을 배우기도 했다.

“세계 교회는 한국교회의 선도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며 그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WCC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가 남긴 말처럼 한국교회의 다음 발자취에 세계 교회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이번 한국기독교선교 130주년이 한국교회에 중요한 의미가 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대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진 한국교회가 이번 130주년을 기점으로 복음의 진정성을 가진 종교로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민족의 오랜 숙원인 한반도 평화통일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교단을 초월한 연합의 정신을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함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