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교회의 개혁을 논하지 않았던 때는 한 번도 없었다. 대개 한국교회의 개혁을 부르짖는 학자나 목회자들이나 성도들도 이구동성으로 종교개혁의 정신인 성경으로 돌아가야 할 것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자기 자신의 사상과 삶이 비성경적이었음을 고백하거나 통회하는 사람이 없다. 도리어 모든 지도자나 평신도 할 것 없이 모두 자기 자신이 성경적이고" 복음적이며 개혁주의적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개혁주의 교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개혁주의와는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민족을 구원하고 사회를 변화시켜야 할 교회가 오히려 사회로부터 비판 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영광을 돌리기는커녕 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는 새롭게 다시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뜻있는 사람들(?)이 “교회 개혁”을 부르짖고 다닌다. 그런데도 아무런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교회를 개혁하겠다고 나선 소위 지도자들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개혁은 목회현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신뢰받는 지도자가 앞장을 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기득권을 가진 지도자들이 교회개혁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그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즐길 것 다 즐기고 먹을 것 다 먹고 그 자리를 떠나거나 은퇴 후에야 비로소 ‘교회 개혁’을 운운하니 아무도 그를 신뢰하는 사람이 없다. 그의 발언은 하나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나 잘하라”며 외면하고 만다.

‘성경적이다’를 판가름 할 잣대마저 모호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지와 신앙의 내용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성경을 자기편의에 맞게 주관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누구의 건의나 충고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의 신앙을 절대화하고 상대방을 용납지 않거나 거부하는 상황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인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도 맥없는 소리에 불과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인식들은 한국교회는 전혀 개혁이 필요 없는 교회로 만들고 모두가 아전인수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전혀 비성경적이고 비개혁적이다. 그런가하면 외치는 소리는 많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개혁된 것이 없을뿐더러 정말 교회 개혁을 구체적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가 쉽지 않다.
‘개혁교회’는 중세에 개혁이 끝난 교회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끝없이 개혁하는 교회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도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자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구체적 안이 제시되지 않는다.

오늘 한국교회 안에서 교회의 공공성회복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것은 신앙공동체가 지녀야할 공동체성과 사회적 연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축복주의 개교회주의 성장주의 이기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공교회성을 실종하고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종교가 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기독교가 성직자 등 특정인의 사유물로 전락 민족에게 희망을 주던 교회는 세상속에서 빛을 잃어버리고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여왔다. 이런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의 상실은 교회를 사유화 시키고 이단화 시키고 사이비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공교회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며 사회와 유리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종교개혁 496주년을 맞이한 지금 한국교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교회가 사회에 영향력을 잃어가고 병든 시대를 고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영적 감화력도 떨어지고 있다. 종교개혁 496주년을 맞이하며 교회의 교회다움이 절실한 이때에 한국교회의 회복과 개혁교회로 거듭나기 위하여 ‘교회개혁의 5대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무자격 목사안수 남발과 목회자 대량 양산의 개혁이다.

교단의 분열과 함께 나타난 일부 교단 및 일부 선교단체의 무자격 목사안수 남발은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한국교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정상적인 신학과 인격의 검증이 없이 만들어진 목회자가 양산되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한 교단 하나의 신학대학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거기에 대학원까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당국은 “교단에서 알아서 하겠지”하는 태평한 생각을 가지고 교수들은 정년이 보장되어 있기에 불구경하듯 하고 교단을 교회를 키우기 위해 목회자를 계속 대량 배출하는 등식을 따르게 된다.

그래서 신학대학이 여기서도 저기서도 사용하지 못하는 ‘얼치기’를 양성하여 교회서는 걱정거리를 만들고 사회에서는 낙오자로 전락시키는 보급소가 되고 있다.

교단과 신학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먼저는 각 교단은 자율적으로 자기 구조 갱신이 있어야 할 것이고 신학대학들도 구조조정을 통하여 한국교회와 한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정상적인 테두리 안에서 함께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진행 중인 대형교회의 교회대물림 즉 세습의 개혁이다.

이는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교회세습은 공교회(公敎會)를 사교(私敎)로 전락시키는 행위로 목회자의 사적(私的) 욕심에서 비롯된다.
이 문제는 사회로부터 도덕적 윤리적 지탄을 받아왔다. 감리교단은 ‘세습금지법안’의 장정개정으로 교단의 면모를 새롭게 하였고 예장 통합교단과 기장교단이 이에 가세함으로 한국 개신교의 자정(自淨)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예장 합동 교단의 결의에 뒤이어 타교단과 한국교회가 여기에 응답할 차례이다.

세습은 이 시대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는 동료 목회자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소명의식을 약화시키는 이유가 되고 미래의 목회자가 되려는 신학도들에게 사역의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세습목회는 한국교회를 불행케 하는 일로 세습을 시도하려는 교계의 일부세력들의 어떠한 행위와 시도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습은 하나님의 뜻을 묻기 전에 이미 혈연으로 담임목사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혈연을 하나님의 뜻보다 앞세우는 것이므로 잘못이다. 교회법에 의하면 교회의 정당한 평가와 결의에 따라 담임목사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담임목사의 자녀라는 이유로 후임목사가 된다면 교회법을 어기는 것이다. 세습을 하겠다는 생각은 교회의 결의와 무관하게 이미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담임목사가 큰 교회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해서 그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어도 된다는 생각은 비신앙적인 발상이다. 교회를 성장케 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다. 그런데 교회 발전의 공로를 목사에게 돌리는 것은 하나님의 역사를 사람의 힘으로 돌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는 비신앙적인 자세이다.


셋째 지도자의 의식개혁이다.

지난해 각 교단 총회에서 드러난 일부 교단의 비윤리적이고 도덕성을 상실한 행위는 한국교회 전체에 해악을 가져왔다. ‘성총회’는 교단과 교회와 목회자의 도덕성과 영성을 평가하는 우선적 기준이다. 일부교단의 지도자급 인사의 비윤리적 행태나 연금재정 의혹 건이나 찬송가공회 문제 등은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투명성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사회를 비판하고 정화해야 할 교계 지도자의 리더십이 사회보다 오히려 뒤처져있다는 증거이다.

‘총회장’이라는 직책이 정치투쟁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것은 한국교회 모두를 위하여 불행한 것이다. 총회에서 목회자의 정년 연장시도 등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후퇴시키려는 반시대적 행위로 용인되기 힘들 것이다. 한국교회는 그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도덕성과 신뢰성 회복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개혁의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 빗나간 이단논쟁의 개혁이다.

상대의 다름을 이단시하는 것은 교계를 분열시키는 중대한 범죄가 된다. 연합기관의 이단문제는 ‘오직 성경’에 근거하여야 하며 신중하고도 신학적이며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정치적 판단이나 힘에 의해 ‘정치적 이단’을 만들면 공신력을 인정받기 힘들고 오히려 비난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현재 연합기관들의 이단논쟁은 소모전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분열과 이단시비로 나가기보다는 연합과 하나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교회에 가만히 스며든 신천지 등 분명한 이단문제에 대해서 공동대처가 시급하다.


다섯째 연합운동의 개혁이다.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구는 금권선거와 타락선거 등으로 얼룩져 쪼개져버렸고 보수와 진보는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를 헐뜯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그러면서 부활절 연합예배가 두 개로 나뉘어지고 두개의 찬송가 발행으로 분열의 모습을 더해왔다.

이제는 이런 분열의 악순환으로 한국교회와 역사 앞에 부끄러움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교회의 성도들은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이 자부심이었다.

그러기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계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기도하며 연합운동의 새 장을 열기 위해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나서야 하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40~50대 현장 목회자들이 나서야 한다. 16세기 중세 종교개혁에 참여한 개혁자들은 하나같이 30~40대 젊은 목회자들이었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 사제들과 유능한 신학자들이 교회의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이단’으로 몰려 교회에서 쫓겨나고 일신상의 위협을 감수하면서도 교회의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에겐 한번쯤 실패한다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젊은 패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진정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면 젊은 목회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이 가진 기득권과 리더십을 최대한 활용해 교회개혁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목사의 목회생활은 짧지만 교회의 역사는 오래도록 이어져 갈 수 있어야 한다.

500년전 개혁자들의 생명을 바친 개혁운동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하지 못했거나 기독교를 만났다 하더라도 로마화 한 변질된 기독교를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교회인 줄로 알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들 개혁자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우리가 이 시대 교회를 바로 세우지 않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그 빚을 갚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시 종교개혁의 달을 맞았다.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횃불을 든지 496년! 아직도 교회의 개혁은 끝나지 않았고 그 때의 문제는 오늘의 것으로 그냥 남아 있다. 루터나 칼빈이 살던 시대의 사람이나 오늘날의 사람들이나 모두가 부패성을 가지고 있고 죄인이라는 점은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교회의 개혁은 끊임없이 계속 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의 건강함은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이 얼마나 신앙적인 주체의식을 가지고 두 눈을 부릅뜨고 영적 판단력과 분별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날마다 개혁신앙을 가지고 자신을 개혁해 나감으로 영적 지도력 즉 영적 권위를 회복해야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개혁정신을 회복하며 교회의 본질을 보여 주어야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