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교수 “공통분모 찾는 노력 필요”
문병호 교수 “신학적 관점에서 점검해야”
박성원 교수 “인권운동 지원, 좌편향 오해”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개최를 앞두고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반대, 찬성을 넘어서서 WCC 자체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한국교회에 미칠 영향 등을 살피면서 양측의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목회포럼(대표 김인환 목사)이 지난 25일 `한국교회, WCC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가진 12차 정기포럼에 WCC 총회 찬성과 반대 측 신학자들과 각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 양측의 목소리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먼저 `에큐메니칼운동과 복음주의'로 발제에 나선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WCC 한국 유치가 확정되면서 복음주의권에서는 난처한 입장인 것을 밝혔다. 박 교수는 “참여 안하자니 분리주의로 몰아붙이고, 참여하자니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유치를 이끌어낸 쪽에서도 한국교회사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가지고 무조건 참여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WCC가 교단 분열의 원인이 되었던 만큼 한국교회의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참여하지 않는다고 분열주의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통분모를 찾는 노력을 통해 물꼬를 터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교수는 WCC에 대해 “나라가 두 동강 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택한 우리가 반공에 힘 쏟을 때 WCC는 50년대 이후 진보적 색채가 강해지면서 반공을 회개할 것으로 보았다”며 “한국과 WCC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고 전제하고 “복음주의권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먼저 반대쪽에서 WCC에 대해 염려하는 요소들에 대해 성실하게 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살피면서 냉전시대가 끝난 마당에 총회 개최 전까지 WCC가 해왔던 일들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충분히 이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대에 앞장선 교단인 예장합동의 문병호 교수(총신대)도 `WCC의 가시적 교회일치론 비판'으로 반대입장에서 발제를 이어갔다.
교회의 속성을 교제로부터 파생하는 것으로 보는 교회의 `협의회적 교제' 개념에 대해 “교회의 본질을 도외시하고 가시적 교회의 연합과 일치라는 관점에서만 주로 전개되어 왔다”며 WCC의 비성경적, 반교리적인 부분을 주장한 문병호 교수는 “일부 교단에서는 WCC 총회 유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며 “과연 전도와 선교, 복음적 관점에서 고민하며 WCC 총회를 이끌어가는지, 그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오히려 WCC 총회 논란이 우리 내부에서부터 그동안 묻어뒀던 신학적 담론들을 불러일으키고, 교회 강단을 신학적 관점에서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교회 전체를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WCC 총회 유치를 주도한 예장통합 교단의 박성원 교수(영남신대)는 WCC에 대해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박 교수는 “세계 선교가 활발해지던 시점에서 같은 교회임에도 마치 다른 복음을 전하는 듯 경쟁적 양상을 띠는 것을 우려하며 교회 모이는 운동으로 시작된 것이 WCC 였다”며 “사도행전 2장 42절 이하의 초대교회 최초의 에큐메니칼 회의의 맥을 이어 교회사적인 공의회의 현대적 형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교회 간에 교파와 이해가 달라도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되자는 운동 차원으로 전개해 온 것이 WCC 총회다. 이번 10차 총회는 21세기 새로운 지형을 갖고 있는 한국교회에서 이같은 하나 됨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CC에 대한 반대 반응에 대해서는 “한국 안에서 아픈 기억이 많기에 당연한 반응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국교회는 초기 1907년 장로교회의 경우 독노회 구성시 세계개혁교회연맹(WA<&23927>RC)에 가입, 태생부터 에큐메니칼 교회였다”고 짚고 “WCC가 한국의 인권운동, 민주화운동에 많은 지원을 했기에 좌편향적인 이해가 형성된 것”이라며 오해임을 밝혔다.
박 교수는 반대 측의 우려에 대해 “다양한 신학적 전통이 공존하는 WCC는 입장을 표명할 때 반드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데까지만 가능할 뿐 절대로 그 선을 넘어가지 않는다”며 “이번 WCC 총회를 통해 복음에 대해 우리가 보는 이해를 넘어서서 다른 교회를 통해 통전적인 이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발제자들과 함께 박종천 교수(감신대), 박종언 목사(예장합신 총무), 임희국 교수(장신대), 유해무 교수(고신대)가 패널로 참여했다.
박종언 목사는 “다르다는 이유로 분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WCC 총회를 유치한 교단에서 먼저 심도 있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한국교회 전체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유해무 교수는 “한국교회가 좋은 시험대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를 세계교회에 보여주려면 한국교회가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우리 스스로 한국교회의 오늘을 살피고 한국교회의 신학을 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찬양 기자 |
12차 정기포럼, 각 교단 신학자들 WCC총회 참여 찬반 열띤 토론
“WCC, 신학적 담론 형성해가야”
WCC 문제 진보·보수 견해차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