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은 모두 전체의 한 부분이며 개인의 죽음은 그만큼 인류의 손실이 된다. 그러기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라는 소설 제목은 원래 17세기 형이상학적 시인인 존 던(Donne, John)이라는 영국 시인의 산문시 제목에서 힌트를 얻어 따온 것이다. 헤밍웨이는 소설 서두에 시 한 구절을 싣는 습관이 있는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역시 그의 소설에 실린 시의 한 구절이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인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3∼4개의 기독교정당들이 난립할 양상이다. 기독교정당은 2004년과 2008년 소위 '기독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되어 원내 진출에 도전했지만 참담하기 그지없는 실패였다. 결국 한 석도 얻지 못하고 한편의 코미디만 만들고 말았다.
기독교인들이 정치참여는 인정하면서도 정당을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그런 정당의 지도자들을 정치적 대안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민주주의가 교회 지도자들의 의식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발전한 것을 그런 지도자만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정당의 출현은 한국교회가 권력을 탐하여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는 오해를 사기가 십상이다. 정당 명칭에 '기독교'를 대표한다고 하는데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언제 기독교 정당에 대하여 동의하였는가? 한국교회의 동의 없이 일을 벌이는 지도자들의 배짱만큼 이런 행태는, 국민의 이름을 팔며 국민을 장기판의 졸(卒)로 보는 기존 정당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정치판에 기독교라는 브랜드로 좌판을 벌여보자는 그런 객기는 아닌지 짚어 보아야 한다. 마치 자동차에 십자가 표지를 붙이고 교통 위반을 밥 먹듯 해대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 십자가나 기독교인이라는 표시는 부적이 아니다. 교통 위반을 하지 않기 위해 자동차에 십자가를 부착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좋은 정치를 위해 기독교를 정당의 전면에 내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은 지도자들의 역사 인식과 철학 때문이 아니라, 개개인의 정치적 색깔이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인다. 마치 고기 맛을 들인 중이나 권력 맛을 들인 목사나 매한가지이다. 목회에 전념하는 대다수의 목회자들이나 기독교인들도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다.
하나님이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님이 이 시대에 주시는 새로운 뜻은 우리 목회자와 교회가 스스로가 갱신되고 '교회를 교회되게' 개혁되기를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싶다.
특히 새로운 정치 및 사회참여는 교회나 목회자가 앞장 서 만드는 그런 교회형태의 정당이라기보다는 평신도들이 '하나님의 정치'를 실현하도록 대안제시 및 인재배출에서 출발되어져야 한다.
한국교회가 정당을 만드는 것보다 교회와 기독교 시민 단체를 통해 기독교 윤리로 무장한 인재들을 민족과 역사 앞에 내어 놓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교계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분별한 기독교정당 난립 및 기독교 정당을 지칭하는 일부의 움직임은 기독교와 정치권 모두에게 참 불행이며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건지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주인공 로베르토를 위하여 울리는 건가? 아니면 자신을 위하여 울리는 건가, 간혹 의문이 든다.
정치가들은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왜일까? 정말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건지 묻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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