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WCC대책위원회(위원장:서기행 목사 이하 대책위)가 ‘WCC 공동선언문’ 작성 및 발표에 참여한 교단 인사들을 조사해 법적 행정적 처리를 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대책위는 지난 25일 오전 11시 총회회관에서 총신대 광신대 대신대 총장을 비롯한 24명의 중앙위원 및 지역위원들이 참여한 연석회의 형식의 모임을 갖고 WCC 공동선언문 작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목사들에 대한 교단적 차원의 징계 대책과 방법을 강구했다.

지난 1959년 제44회 총회에서 WCC 문제로 교단이 분열된 이후  제45회 총회때부터 ‘WCC 영구탈퇴 및 WCC 확고한 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는 합동이 WCC 공동선언문 발표 및 작성에 동참한 교단 인사들에 대해 교단적 차원의 징계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행동이다.

이날 회의 전 드려진 예배에서 정준모 총회장도 설교를 통해 “WCC의 종교다원주의는 반 성경적 반 역사적 사상”이라며 “WCC 제10차 부산총회 개최는 한국 교회 분열을 알리는 행사다. 대책위는 진리를 수호하는 순교정신으로 교단의 신학과 신앙을 지켜야 한다”고 WCC 반대라는 교단의 입장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이날 WCC 공동선언문 작성 및 발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홍재철 길자연 목사에 대한 처리 문제에 대해 강력한 징계 조치를 밝히지 못한 반면 WCC 공동선언문 발표에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오정호 목사 조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조사에 따른 징계 수위를 결정해 총회에 헌의하기로 하는 등 조사 대상 및 징계 기준을 애매모호하게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한 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결과에 따르면 대책위는 △과거 총회에서 결의한대로 ‘WCC 영구탈퇴’ 및 WCC 제1차 부산총회 반대를 위한 교단 차원의 성명서 발표 △WCC 반대를 위한 순회강연회를 서울과 부산 대전 전북 수원 등 교단 소속 인준 지방 신학교에서 진행 △WCC 공동선언문 작성에 참여한 대책위원들의 위원 자격유무 총회 헌의 △WCC 공동선언문 발표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교단 소속 목회자의 사실유무 확인 후 처리 문제 총회 헌의 등 4가지의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대책위가 결의한 내용 중 WCC 공동선언문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인사는 WEA총회 준비위원장인 길자연 목사와 한기총 서기인 남태섭 목사다. 이 두 사람은 모두 WCC대책위원이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우선 교단의 입장에 반하는 WCC 공동선언문 작성에 참여했던 길자연 남태섭 목사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단 이들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대책위원으로서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WCC 공동선언문’ 발표에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오정호 목사(대전 새로남교회)에 대해서도 사실유무를 조사해 이에 따른 법적 조치를 총회에 헌의하기로 했다.

당시 오정호 목사는 “형제 교회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국제 행사를 열면 박수 치며 꽃을 갖다 주지 못할망정 재를 뿌려서야 되겠나? 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 교단은 장로교를 견인하는 양대 산맥이다. 서로 비난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이고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교회를 세습한 분들이 있었던 건 유감이다”라고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대책위가 이와 같은 오정호 목사의 발언내용을 조사하고 처리 결과를 총회에 헌의하겠다고 한 이유는 오 목사가 WCC를 반대하는 교단의 입장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오 목사에 대한 강경한 조치와는 달리 WCC 공동선언문 작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에 대한 조사 및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피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WCC 공동선언문 작성과 다락방 이단 해제 결의한 홍재철 목사에 대해서도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서기행 대책위원장은 한기총과 같은 연합기관과 관련된 사안은 총회나 실행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지 대책위가 처리할 사안은 아니라며 위원들이 개진한 의견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재철 목사와 오정호 목사에 대한 대책위의 결정은 편파적이었다는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홍재철 목사는 연합기관 대표 자격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대책위가 다룰 문제는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동일한 연합기관인 미래목회포럼 대표 자격으로 인터뷰를 한 오정호 목사의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길자연 목사와 남태섭 목사도 대책위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징계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등 WCC 공동선언문 관련자들의 조사처리에 비해 오 목사에게 비난과 비판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이날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WCC에 대한 교단의 반대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힌 황규철 총무는 “WCC 공동선언문 작성에 교단 인사가 참여했지만 그것은 교단 자격이 아닌 한기총이라는 연합단체의 자격으로 한 것”이라는 사견을 밝히기까지 했다.

황 총무는 “WCC 공동선언문 작성을 하기까지 해당 인사가 우선적으로 교단과 합의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WCC 공동선언문 작성은 교단 대표가 아닌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와 관련 교단이 어떻게 대응해나갈지는 임원 및 여러 전담부서 담당자들이 결정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WCC 공동선언문 작성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에 대한 대책위원회의 태도와는 달리 교단 내 목회자들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서창수 목사)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WCC총회에 협력의 뜻을 내비친 홍재철 길자연 목사를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WCC 부산총회 협력을 밝힌 한기총의 행위는 ‘배도행위’라고 규정한 비상대책위원회는 “WCC 부산총회 협력을 선언토록 주도한 홍재철 목사를 소환해 한기총 대표회장직에서 사퇴케하고 교단 목사직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WCC 부산총회 협력 선언에 서명한 길자연 목사에 대해서도 증경총회장 직분과 그 예우를 중단하고 교단 목사직에서도 제명해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