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계 안팎으로 통일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한반도 정세와 주변국들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통일에 대한 회의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자리가 열렸다.
 

▲왼쪽부터 양병희 목사 김병로 교수 좌장 김대동 목사 패널 이윤재 목사ⓒ뉴스미션

긴 호흡의 통일 준비 필요…핵문제 집착 말아야

미래목회포럼(대표회장 고명진 목사)은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준비된 남북통일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창립 11주년 기념을 겸한 23차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한반도 통일의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김병로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는 일반 학자의 관점에서 한국사회가 통일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북한이 아직은 내부 붕괴의 조짐이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고 또 중국이 적극적인 관여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의 붕괴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한국주도의 통일은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라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긴 호흡’의 통일 준비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사람들은 조기통일보다는 통일이 ‘불가능하다’(25.8%)거나 ‘30년 이상 걸릴 것’(18.3%)이라는 비관적 의견이 더 많으며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55% 정도이고 23.7%는 이른바 통일을 반대하는 분리주의자들이다. 특히 20대 젊은 세대들은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40%에 불과하며 분리주의자는 30%에 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적어도 10년 혹은 20년까지도 북한체제가 그럭저럭 유지된다고 보고 중장기 통일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동독의 붕괴가 갑자기 다가왔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서독이 그만큼 긴 호흡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통일이 가능했다는 것.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북한에만 초점을 맞춘 통일 준비를 넘어 한국사회의 개혁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의식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단체제 안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의 한계 상황 지리적 폐쇄성과 경제군사적 비효율 사회적 불안과 불신의 문제와 폐해를 보는 눈이 열려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그래야 미래지향적인 통일비전이 확립되고 북한에 대한 현실감각도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사회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핵문제를 볼모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북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기 때문.

김 교수는 “핵문제는 6자회담 채널로 외교부가 관장해 대화하고 남북관계 개선은 통일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투트랙(분리ㆍ병행)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지금이 북한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하며 △이산가족 문제와 인도주의 지원 △대북경제협력 △재난ㆍ재해 협력 및 민간 시민사회 참여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탈북자 정착 돕는 게 통일 준비 첫 걸음”

목회자의 입장에서 통일을 위한 교회의 전략적 접근 방식에 관해 발제한 양병희 목사(영안교회)는 탈북자 정착 및 기독교NGO를 통한 남북교류 활성화 통일헌금과 통일기도회 준비 등을 주요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탈북자들을 돌보고 이들의 정착을 돕는 일은 통일의 큰 힘”이라며 “한 교회가 한 사람씩만 책임질 수 있다면 이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첫 걸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 목사는 “교회를 직접 세우려는 것보다 북한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을 지원하여 문화적인 갈등을 완화하는 일 특히 북한 사회에 기독교에 대한 호의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기독교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씨앗이 될 것”이라며 기독교NGO를 통한 남북교류의 활성화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일 준비에 따른 경제ㆍ사회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는 별도로 교회 차원의 통일헌금이 필요하다”며 통일을 위해 기도의 힘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 일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