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종교욕구 분석에 관한 논평

하도균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전도학/포럼 자문위원)

1. 들어가는 말

한국의 기독교의 성장세가 정체를 넘어서 침체되어가고 있다는 증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교회들이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처하기 위해 분주한 것이 근래 기독교의 근황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위기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일들이 잦고 기독교를 반대하는 안티사이트들이 성행하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대처방안은 있는가? 나름대로는 원인도 분석하고 대처방안도 내놓고 있지만 미흡한 부분들이 많다. ‘사회와 세상이 기독교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생각하는가’라는 관점보다는 기독교가 이제까지 미흡해왔던 부분에서 열심만 내려다보니 세상과 호흡이 맞지 않고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때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종교에 관한 욕구 그리고 그들이 종교에 관해서 품은 생각들을 읽을 수 있는 좋은 논문이 발표되었다고 생각된다.

2. 요약

본 연구는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1400명)으로 한국 종교인들의 종교적 욕구를 분석 비교하고 이를 통하여 현재의 종교적 지형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시도하였다.

1) 종교에 따른 종교적 욕구의 비교

(1) 종교별 - 불교 신자 : '마음의 평안과 위로' '축복' 등 현세적 외재적 종교적 욕구

개신교 신자 : '구원과 영생' '영적 성숙과 헌신' 등 내세적 내재적 욕구

천주교 신자 : 불교와 개신교 신자의 중간적 자리에 위치.

(2) 종교의 중요도 - 종교가 중요한 집단 : '구원과 영생' '삶의 의미와 목적' '영적 성숙과 헌신' '거룩함과 정화의 체험'

덜 중요한 집단 : '마음의 평안과 위로' '축복'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해답' ‘사회봉사와 구제'가 높게 나옴.

=>어느 정도 '내재적' 종교성에서 '외재적' 종교성으로 혹은 '중심적' 종교성에서 '주변적' 종교성으로 그 욕구의 경향이 바뀌고 있고 종교선택의 변화와 종교지형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

2) 사회 경제적 지표에 따른 종교적 욕구의 비교

(1) 성별 - 여성: '마음의 평안과 위로' '축복' '가정생활의 행복'

남성: '사람들과의 교제' '사회봉사와 구제' 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2) 연령대 - 젊은 층 : '삶의 의미와 목적'과 '사람들과의 교제'

장 ․ 노년층: '가정생활의 행복'과 '사회봉사와 구제' 이 더 중요한 것으로 평가

(3) 학력별 - 저학력층: '축복' '가정생활의 행복'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해답'

고학력층: '삶의 의미와 목적' '영적 성숙과 헌신' 항목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

(4) 월수입 - '사람들과의 교제' 항목을 제외하고는 일관된 경향을 드러내지 않음.

3) 잉엘하트의 가치 유형에 따른 종교적 욕구의 비교

(1) 물질주의형 - '축복'과 '가정생활의 행복'

(2) 탈물질주의형 - '삶의 의미와 목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

일반적으로 '물질주의'에서 '탈물질주의'로 사회가 변화한다는 잉엘하트의 사회변동 모델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는 '축복'형에서 '의미'형으로 한국의 종교 지형이 변화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잉엘하트 모델에 따른 가치 유형 변화와 고학력화 경향은 개신교가 변화하는 시기에 가장 적합한 종교임을 나타내고 있지만 개신교의 신자 수는 증가가 아닌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제고해야 할 사항이다. 이를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본 연구가 시도한 각 종교의 신자들의 종교적 욕구의 분석과는 별도로 각 욕구에 적합한 종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요한 두 축이 '축복'과 '삶의 의미와 목적'의 욕구임을 본 연구는 잘 드러내주고 있다.

3. 본 논문의 장점

본 논문은 장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복음전도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인의 종교적 욕구를 다양하고 세부적인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종교에 관심을 갖고자 하는 이들이나 회의를 느끼고 있는 이들(연령 성별 학력 수입 등을 고려할 때)을 계층화하고 그에 맞게 특성화된 전략으로 종교적 욕구를 채워 주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줄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로 기독교 전도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회심은 그 유형이 다양하다. 각자가 추구하고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 논문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의 종교에 관한 욕구를 읽을 수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방법에 맞추어 접근할 수 있고 필요를 채워줌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회심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전도의 방법은 세상을 읽고 세상 사람들의 욕구를 아는 데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도의 내용으로서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담는 그릇인 방법은 세상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지향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하여 볼 때 본 논문은 개신교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분명히 해야할 지에 관해서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본 논문의 분석에 의하면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지표를 충족시켜주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종교가 개신교이다. 사회경제가 안정이 될 수록 물질주의에서 탈 물질주의로 변화되고 축복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의미 추구형으로 바뀌게 되는데 개신교는 ‘축복’의 요구에 있어서는 가장 낮은 값을 ‘삶의 의미와 목적’에 있어서는 가장 높은 값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개신교가 현대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 결과는 개신교가 건강한 성장을 위하여 보완하고 나아가야할 확실한 방향이기도 하다. 즉 더 이상 70-80년대 경제성장과 맞물린 시대와 같이 물질적 축복이 중심되는 메시지보다는 기독교 본질에 충실하여 인간 존재의 의미 삶의 본질적인 의미 그리고 인생의 본질적인 답을 복음 안에서 그리고 성경 안에서 충실하게 줄 수 있다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결과는 기독교가 초대교회와 같이 본질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거추장스러운 모든 모습들은 다 떼어내고 다시 심플하게 초대교회와 같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 개신교가 나가야할 분명한 방향이다.

4. 부족한 부분들

본 논문을 읽으며 좀 더 보완되거나 발전되었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다. 첫째는 본 논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평가 항목에 관한 부분이다. 본 논문은 현대인의 종교적 욕구를 분석하기 위하여 모두 11가지의 항목을 가지고 주제를 달리하며 그 결과를 분석하였다. 이것은 11가지 항목이 본 논문을 좌지우지 할 수 있으며 또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종교적 욕구를 알아보기 위한 11가지의 항목이 어떠한 규칙과 준거를 가지고 설정하였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저자는 한국 갤럽과 교회성장연구소에서 선행한 조사를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렇다면 선행된 조사에서 왜 이러한 항목을 설정하여 조사하였는지에 관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11가지 항목이 종교를 통해서 얻기를 기대하는 모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만들 수 있고 그것은 11가지 항목만으로 주제를 달리하여 분석한 본 논문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11가지 항목 란 아래에는 독자가 생각하는 다른 항목이 있으면 추가해서 기록하라고 되어있지만 이미 완성된 항목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종교 욕구의 변화는 본 논문이 제시했듯이 종교에 따라 그리고 사회 경제적인 지표에 따라 그리고 가치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특정 종교에 관한 갖게 되는 실망감과 업적 그리고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예기치 않게 발생되어지는 외부환경들 때문에 변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사회만 보더라도 불교의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교훈 때문에 사람들이 불교에 더 호의를 갖게 되었고 무소유의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의 소천시 그분의 삶 때문에 천주교에 호감을 가지고 이타적인 삶의 모습에 관심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기치 못한 인자들을 어떻게 본 논문과 연결시켜 “한국인의 종교적 욕구 분석”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이것이 본 논문의 범위를 벗어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더 발전된 학문적 연구를 위하여 질문을 던져본다.

5.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효율적인 복음전도의 방안 그리고 마무리

본 논문의 결과를 복음전도에 적용할 때 다음과 같은 전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종교의 중요도 변화에 따른 종교 지형의 변화과정을 본다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종교를 중요시 여기지 않으며 내재적인 요소보다는 외재적인 요소를 더 중요시하여 현세적인 요소를 중요시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따른 종교지형의 변화과정을 보면 사회경제가 더 안정적일 수록 물질주의에서 탈 물질주의로 나아가며 축복을 추구하던 것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바뀌게 됨을 알 수 있다. 개신교의 입장에서 보자면 전자의 결과는 복음전도의 어려움을 보게 하지만 후자의 결과는 충분히 복음전도의 열매를 볼 수 있게 한다. 복음전도란 사람을 교회로 데리고 오는 ‘인도(引導)’의 의미보다는 복음을 전하여 인간 존재의 의미를 알게 해 주고 삶의 의미를 깨우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질서와 목적대로 회복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복음전도의 본질적인 부분은 다분히 현 시대의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따른 종교지형의 변화에 편승하여 사람들을 회심시킬 수 있는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고 교회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초를 갖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복음전도가 앞에서 언급한 본질적인 모습을 되찾을 때 가능하다. 현대인들은 축복보다는 의미 추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자의 결과는 복음전도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일단 종교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현대 사람들은 특징은 외부적인 환경의 요소나 급작스러운 변화 없이는 변화되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종교가 중요하다고 강요해서 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전자의 결과와 후자의 결과 모두가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기에 후자의 결과에 맞추어 개신교가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복음전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람들에게 종교의 중요성이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가 많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잃어버렸음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초대교회는 복음을 효율적으로 전할 수 있는 많은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 있게 복음이 전해져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복음의 능력 그 영향력이 사회에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어떠한 장애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복음의 능력을 세상으로 흘려내 보낼 수만 있다면 사회도 세상도 바뀌어 질 수 있다. 그것이 복음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세상을 다시 종교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고 돌아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논문의 결과는 각 계층에 맞는 전도방법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서 방법이라는 것은 각 부류 사람들의 욕구에 맞게 접근하여 관계를 형성하고 복음을 전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방법을 말할 때 그것은 다분히 어떻게 접촉하여 관계를 만들고 복음의 핵심인 내용을 전해주느냐에 달려있다. 복음의 본질적인 내용은 불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연령대가 낮은 젊은 층일수록 삶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사람들과의 교제를 중시한다면 그에 걸 맞는 접근 방법만을 만들어 내면 된다. 그리고 그 접촉을 통하여 관계 형성을 잘할 수 있다면 좀 더 효율적인 전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신교가 처한 어려운 시기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보며 어려운 연구를 감수하며 발표해 주신 최현종 박사께 박수를 보낸다. 이 논문은 한국교회가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세상을 읽고 세상을 알아서 세상을 위해 일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교회만을 바라보고 교회만을 위해서 일하며 성장을 위하여 달려오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갔다. 이 사회는 현대성이 해결하지 못하는 의미추구의 답을 개신교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교회를 향하여 던져준 문제의 답은 교회가 복음 말씀이라는 본질에 충실할 때 너무 쉽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이며 오히려 그것을 복음전도의 큰 기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