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신재국 사관/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담임 미래목회 포럼 부대변인)

최근 우리 사회는 무고한 생명을 살해 하는 연쇄 살인과 어린이 납치 같은 가슴 아픈 사건들을 접하면서 그간 논란이 되어 왔던 사형 제도의 존폐가 뜨거운 감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무런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인간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을 자행한 현장들을 보면서 과연 사람이 어디 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사람이 저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저질러졌다는 사실에 대하여 남의일 같지 않으며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불안 해 하고 있다. 그래서 용서 할 수 없는 죄인에 대하여 사형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이를 영구히 제거 하므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회적이 통념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피해자의 모습이나 우리 주변에서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처럼 비인간적인 사람들에 대하여 결코 어떤 배려도 허용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지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4장에서 우리는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을 목격한다. 여기서도 역시 오늘의 사건들과 비슷한 케이스를 보게 되는데 이른바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과 아벨 사건이다. 여기에서도 하나님은 죽일만한 이유도 없이 무고한 생명을 죽인 살인자를 대하는 하나님의 방법을 소개 하고 있다. 이미 사건의 전말을 다 알고 계시는 하나님은 살인자 가인에게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창4:9)”고 물으셨으며 그렇게 질문을 하신 이유는 아벨의 행방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살인자 가인이 자신의 죄를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배려이다. 그러나 가인은 뉘우치는 기색이 없이 하나님께 반항으로 일관 하였고 결국 하나님은 그의 생명은 보존될 수 있도록 표를 주시고 대신 그를 그들의 공동체에서 영원히 추방하여 유리 하는 자가 되게 하셨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창9:6)라는 말씀도 있어 문자적으로 보면 사형을 정당화 하는 부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씀은 살인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생명을 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됨을 강조하고 있는 내용으로 보는 것이 성경 전체적인 맥락에서 자연스러울 것이다.이처럼 인간의 생명은 오로지 생명을 창조 하신 하나님께만 속한 것이다. 비록 그 대상자가 반인륜적인 살인을 저지른 장본인이라 하여도 함부로 생명을 파괴 할 수 없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형 제도는 비록 그것이 법적인 정당성이 있다 하여도 인간 권한을 넘어서 하나님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사형제도는 이미 수 많은 나라에서 폐지되었다. 터키는 EU에 가입하기 위해서 사형제를 폐지하였다.사형 제도에 대한 타당성 여부는 생명의 존엄성과 법의 진정한 목적인 교화를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반성과 사죄에 있다. 단하나의 목숨을 법의 이름으로 끊게 함으로서 반성과 사죄할 기회를 빼앗는다면 또 다른 죄가 아닐까 싶다. 사형은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여 그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제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대신 삶이 힘들고 미래가 없다 보니 앞으로도 얼마든지 막가파와 같은 묻지마형 범죄나 그런 행동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점을 감안하여 현재 영국에서 사용되고 있는‘감형불가 영구 종신형’ 같은 대체 법률을 만들어서 시행 한다면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면서도 사회적인 혼란도 줄어들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지 않고 그럴 때 마다 법정 최고형을 선고 한다면 법의 진정한 의도인 교화란 단어가 보복이란 단어로 대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