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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언론협회는 지난달 24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7회 기독언론포럼으로 ‘한기총 현실과 그 대책’주제로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된 심창섭교수의 “한기총의 정체성과 교계 대표성 문제” 중 주요부분을 싣는다. - 편집자 주


1) 연합과 일치의 정체성
한기총의 복음적인 정체성의 정립과 실현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기총 정체성의 허와 실을 볼 수 가 있는 대목이다. 한기총은 분명히 나름대로의 정체성의 실체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구현하는데 있어서는 허상을 보는 것과 같다는 뜻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기총이 주장한 정체성의 실상을 보자.
첫째,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라는 기치를 내세웠는데 과연 연합과 일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제19회 총회선언문에서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일치의 악재로서 지나친 신학적 갈등과 개교회주의의 팽배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성적인 선언문은 한기총의 설립취지와 상반된 고민으로 이해된다. 분명히 한기총은 1989년 설립취지문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본 연합회는 신구약 성경으로 신앙고백을 같이 하는 한국의 기독교 여러 교단과 연합 단체…협력기관으로써 각 교단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대적 소명을 감당”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기총은 취지문을 통해 신학적 갈등을 개연하지 않고 연합운동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신학적인 갈등이 연합운동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은 자가당착적인 모순을 범한 것이다. 결국 한기총은 일치(unity)는 주장하면서 다양성(diversity )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기총은 설립취지문에서 밝힌 대로 신구약 성경으로 신앙고백을 하는 모든 기독교 단체의 서로 다른 교단의 신학적 입장을 논하지 말고 시대적 소명에 대해 함께 연합운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속되어온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을 넘어 사역을 통한 연합의 정신을 보여주면 될 것이다. 신학적 갈등이 연합운동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여겨진다. 한국기독교의 연합운동이 불가능했던 것은 신학적 갈등이 해소되지 아니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안에 대한 대처방안의 차이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과거 독재정권에 대한 보수와 진보간의 상반된 태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나 노동운동에 대한 이견, 그리고 최근에 와서 사학법개정문제나 한미 FTA에 대한 엇갈린 주장 등이다.
이런 갈등은 신학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사안에 대한 견해차이로 나타난 갈등인 것이다. 한기총이 말하는 연합과 일치가 신학적인 연합과 일치도 아니고,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일치도 아니라면, 사역을 위한 연합과 일치운동은 어떤 경우에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교회는 교파선교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처음부터 교파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역을 위해서는 훌륭한 일치의 전통을 역사적으로 경험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기독교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우려한 이정익목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릴 필요가 있다.
이목사는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의 연합기구가 NCC와 한기총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한국교회가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으면 NCC는 더욱 진보쪽으로 가고 한기총은 더욱 보수쪽으로 치우칠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 양쪽의 움직임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대다수의 양식있는 교회들은 어느 쪽에도 참여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는 어느 쪽도 교회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교회가 한국사회 속에서 발언권을 획득하려면 빠른 시간 내에 교회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또 하나가 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이 연합기구가 영적인 권위를 가지고 한국교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한국교회의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기총이 설립취지문에 밝힌대로 교단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연합운동으로서 기구를 모색한다면 이정익목사가 제시한 통합을 위한 4가지 방안에 흥미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한기총은 보수적인 대연합의 기구로 그 정체성을 상실할 필요가 없이 한국교회가 복음전파와 선교 사역 그리고 대 사회적인 사역을 위해 그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즉 한기총은 신학적 차이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견제하더라도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신학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사역을 위해서는 하나의 연합체로 일치한다는 한기총의 취지문에 상응하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2) 사회적 사역의 정체성
한기총의 헌장인 설립취지문에 나타난 한기총의 또 다른 존재 목적은 사회적 관심에 있다. 이 사회적 관심은 한기총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과제였다. 제19회 총회선언문에서는 이 점을 재천명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선교초기부터 이 땅에 학교와 병원을 세우며 문명퇴치와 빈곤극복을 위한 정신적, 사회적 지주의 역할을 감당했다. 사회복지를 위한 고아원과 양로원의 운영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작금에 이르러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에 대응하여 ‘하나 되어 섬기고 섬기며 하나 되자’는 구호아래 서해안 살리기 한국교회 봉사단이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금년도 부활절 예배(3월 23일)는 이와 맥을 같이하여 주제를 ‘생명 나눔’으로 정했다. 그러나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처처에 기근과 재난 그리고 전쟁이 끊이지 않으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는 항상 존재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사회적 책임감당과 이웃 섬김을 위한 구제와 봉사는 물론 사회가 요구하는 약자에 대한 지원과 섬김에 더욱 정진해 나가도록 ‘한국교회 사회봉사운동’을 더욱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사실 한기총은 이러한 선언문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사회 사역에 관심을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한기총의 기구조직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한기총은 대사회적인 역할을 담당할 21개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2007년도의 보고에 의하면 사랑의 쌀 나누기, 기독교 교도소 등 8개의 특별위원회의 사업도 추진하였다. 공동신앙선언서를 언급할 때 전술한 바와 같이 한기총은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한기총의 사회적 관심은 단순한 자선사업의 개념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교회에 필연적인 사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한기총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므로, 개인적인 것이든 구조적인 것이든 모든 불의와 억압을 고발하면서 예언자적 증거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고백한다.”고 선포한다.
한기총은 국가적 역량이 미진했던 1957에 고아원과 양로원 700여개를 세워 운영했고 지금도 종교사회복지시설의 70%를 한국교회가 설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복지시설의 60%를 운영하는 등 사회봉사실적의 85%를 한국교회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역은 한기총 자체가 운영하는 기구나 조직은 아니다. 각 교회나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기총은 명목과 실제가 다른 허상의 사회봉사 업무 부서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한기총의 사회 사역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도 있다. 대사회 사역이 한기총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한 부분이이라는 것도 역설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한기총은 이점에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3) 도덕성 회복 선언의 정체성
또 한기총은 제19회 총회선언문에서 “한국교회의 도덕적 주도권의 회복”에 대해 천명하였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과거 행적에 대해 “교단과 교회의 분열, 그리고 물질주의와 세속화를 자초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기총이 이러한 고백을 한국교회를 대표하여 표명한 것은 한기총의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기총은 지난 10년간 한국교회의 이런 문제점들에 소극적이거나 외면한 채 노력이 부족하였음을 반증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기총의 선언문이나 성명서를 보면 한국교회내의 자성적인 선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었다.
예를 들면 한기총의 사역일지를 보면 1989년부터-2007년까지 열거된 항목 중에서 한국교회내의 도덕성이나 연합을 위한 그리고 자성적인 목소리를 낸 적은 희귀하다. 그 내용은 보면 “정직. 절제. 실천운동 세미나”를 두 번 개최한 기록이 나와 있다. 그리고 교회일치를 위한 연합예배를 KNCC와 공동개최로 세번 가졌고 한 번의 간담회를 가진 것이 전부다. 그리고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 백주년 기념을 맞이한 한기총은 행사의 일환으로 4월 8일 부활절 연합예배의 주제로 “영적 각성과 한국교회의 갱신”을 내걸고 시청 앞 광장에서 KNCC와 연합예배를 본 것이 전부이다.
한기총은 그동안 사실 한국교회 내의 도덕성 회복이나 갱신운동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제18회 총회에서도 자성하는 선언문을 내놓고 있다. 한기총은 교회의 도덕적 위기를 실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이에 우리 한국교회가 회개와 갱신을 통한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이웃 사랑을 솔선하여 지역으로부터 인정받으며, 나아가 사회에 거룩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 도덕성 회복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한기총이 이와 같이 그동안 세인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온 한국교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결단을 선언한 것은 다행할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한국교회내의 자체 갱신을 위해서 구체적인 대안이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아니했음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한기총은 지난 역사동안 한국교회의 도덕적 정체성을 외면한 연합체였다고 볼 수 있다. 한기총의 한국교회를 향한 도덕성 회복운동은 시대적인 한기총의 사명이어야 한다.

4) 구조적 정체성
한기총은 분명히 설립 취지문에서 “모든 기독교 교단과 기독교 연합 단체 및 교계지도자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참여하여 연합과 일치를 이루어 교회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데 일체가 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취지하에서 한기총은 범 교단적인 보수 대연합체를 이루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기총에는 63개의 총대를 파송할 수 있는 교단과 22개의 기독교 단체들이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는 가입교단과 기관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서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만일 한기총이 숫자 불리기에 급급하여 오합지졸형식으로 교세 확장을 취해 왔다면 한기총의 정체성에 흠집을 남기는 것이다.
한기총이 신학과 신앙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많은 군소교단들이 회집되어 있는 연합체라면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대표성에 대한 정당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부실한 여러 군소교회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놓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로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기총은 명실공이 건강한 신앙고백과 교회의 맴버들로 구성되어 질 때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