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교 사역의 진단과 성찰

오성훈 목사(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장)

Ⅰ. 들어가는 말

2015년은 민족사적으로 광복 70주년과 동시에 분단 70년 6․15남북공동선언 15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사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한일수교 50주년 독일통일 25주년이 된다. 선교사적으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부활주일이었던 1885년 4월 5일 제물포항으로 입국한 것을 기념하는 한국선교 130주년이 되는 해임과 동시에 서재필이 최초의 재미동포로서 미국을 방문한지 1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의미가 겹쳐있는 2015년을 한국교회가 주목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성경에서 ‘칠십 년’(대하 36:21; 사 23:15 16; 렘 25:11 12; 29:10; 단 9:2; 슥1:12)이 가진 영적 의미 때문이다.

우리민족은 유난히 이스라엘의 역사와 많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광복 70주년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물론 성경의 70년을 한반도의 상황에 문자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특히 구약학자들은 이런 접근에 대해서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한반도가 전 세계에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지 않고 통일한국으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삼아야만 한다는 절박성과 긴박성을 여기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예레미야를 통해 주어진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 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는 예언에서 70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1차 포로로 사로잡혀 갔던 B. C. 605년부터 고레스 왕의 귀환명령이 내려진 B. C. 538년까지 67년을 약 70년으로 보는 것이고 둘째는 느부갓네살에 의해 솔로몬 성전이 무너진 B. C. 586년부터 1차 귀환자들에 의해 스룹바벨 성전이 재건된 B. C. 516년까지가 꼭 70년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의미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70년의 영적인 의미를 한반도의 상황 가운데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의해 포로로 잡혀 갔던 것처럼 지금 남과 북은 분단체제의 포로로 살고 있다. 또한 솔로몬 성전이 무너졌던 것처럼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기독교 박해국으로 남아 있고 한국교회는 맛 잃은 소금처럼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히고 있는 것(마 5:13)이 현실이다.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도 없고 알면서 미룰 수도 없는 절대 절명의 시간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운동을 벌여야만 할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회개”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포로로 잡혀 가게 하신 것도 솔로몬 성전이 무너지도록 허용하신 것도 하나님의 백성들이 죄악에서 돌이키기를 원하셨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광복 7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가 붙들어야할 가장 중요한 영적 의미는 바로 “진정한 회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선교는 단지 북한지역에 교회를 재건하고 주민들을 복음화 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복음 회복운동”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지난 70년 동안 통일의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는 빗장을 여는 열쇠는 바로 한국교회에게 주어져 있다(마 16:19). 이제 북한선교의 초점을 예측하기 힘든 북한의 미래나 변화무쌍한 남북관계에 두기보다는 우리 자신과 한국교회의 회개에 맞출 때에 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본 발제는 에베소교회를 향하여 주셨던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계 2:5)는 말씀처럼 지난 70년간의 한국교회의 북한선교를 연대기적으로 시대의 특징에 다라 구분하여 개관하고 선교사역의 유형별로 정리하여 진단과 성찰을 한 이후에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북한선교의 연대기별･사역유형별 고찰

역사는 과거를 보는 것일 뿐 아니라 미래를 함께 보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북한선교에 대한 전망과 전략을 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금까지의 사역에 대해서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본 장에서는 광복과 동시에 분단을 맞이한 1945년부터 2015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가 어떤 북한선교 사역을 감당해 왔는지를 연대기별로 그리고 사역유형별로 정리하고자 한다. 그 이후에 사역에 대한 진단과 성찰을 해보고자 한다.

A. 북한선교의 연대기별 구분과 특징들

북한선교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대구분이 있지만 본 발제자는 북한선교의 흐름을 바꾼 분수령이 되는 다섯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미리 밝혀둘 것은 북한선교에 관련한 모든 활동을 다 언급하지는 못하고 발제자의 의도에 따라 취사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북한선교사역들도 힘 있게 진행 중임을 미리 밝혀둔다.

발제자가 주목하고 있는 북한선교의 분수령이 되는 다섯 가지 사건은 8․15 광복 7․4 남북공동성명 7․7선언 6․15 남북공동성명 그리고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던 2007년에 두 차례에 걸쳐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쥬빌리코리아(Jubilee Korea)대회이다. 각 사건 사이의 시기에 나타난 특징을 중심으로 광복 및 분단으로부터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까지를 반공의 시기 그 후부터 1988년 7․7 선언까지를 분열의 시기 그 후부터 2000년 6․15 공동선언까지를 도약의 시기 그 후부터 2000년부터 2007년 6.6 쥬빌리코리아대회까지를 수렴의 시기 그 후부터 현재까지를 연합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1. 반공의 시기(1945. 8. ~ 1972. 7.)

분단 전 북한교회는 한국교회의 중심이었다. 평양은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일컬었고 선천은 주일에 장이 서지 않을 만큼 기독교 도시로 복음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해방 이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을 배경으로 공산정권을 수립한 김일성은 제한기(1945~1949) 탄압기(1950~1953) 말살기(1954~1969)를 거치면서 교회를 말살했다. 손규태는 북한교회가 거쳐 온 과정을 ①재구성의 시기(1945~1953) ②은둔기(1953~1972) ③ 관용의 시기(1973~1990)로 나눈다. 정치적 핍박을 견디지 못해 남하한 많은 북한교회 지도자들과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은 남한의 기독교는 물러설 수 없는 반공과 멸공의 사상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 한국교회의 북한선교 전략은 북한의 공산정권을 적그리스도로 간주하여 북진통일과 멸공통일을 통해 영토를 수복하고 그곳에 교회를 재건한다는 것이었다.

2. 분열의 시기(1972. 7. ~ 1988. 7.)

이 시기의 특징은 사상의 기초가 달랐던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북한선교 전략이 판이하게 나타나고 그로 인한 분열이 가속되었다는 것이다. 1972년에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반공’ 일색이었고 강한 반공주의를 표방해왔던 박정희 정권에서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7․4 공동성명 내용 중 제 3항은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한다.’라는 것이었다. 이제껏 반공주의를 지켜오던 교회는 당혹감을 느꼈고 한국의 분단 상황에서 화해의 복음을 선포하고 이데올로기 대립을 초월하여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자각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보진영의 북한선교를 위한 노력이 본격화 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부터다. 이 때 진보진영은 통일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민주화 운동과 통일운동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문익환은 “민주화를 전제하지 않은 민족통일이 공리공론이라면 민족통일을 전제하지 않는 민주화는 반민족적이요 반민주적이 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 주도의 통일론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장준하 함석헌 주재용 안병무 등에 의해 제기되었다. 즉 지금까지 정부가 독점하였던 통일논의를 민간에 개방할 것과 통일의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민중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1980년대의 KNCC의 활동은 통일문제에 대한 선교적 과제화 민간부문의 통일논의 활성화 정부의 통일창구 독점 견제와 통일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의 선언’은 단기적으로 1988년 7․7선언을 장기적으로는 1991년 12월의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유도하였으며 통일운동사적인 위치에서 기독교 통일운동사와 한국의 통일운동사에 미친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운동사에도 일정하게 자극을 주었다. 하지만 보수진영이 이 선언에 대해 한국교회 대표성과 용공 시비 및 통일주체에 대한 이견으로 비난성명을 내면서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을 표면화하고 서로 대립하는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보수진영은 복음전도와 교회성장에 주력하였다. 그 결과 세계 선교사에 유래를 찾기 힘든 급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양적 성장은 90년대 이후 기독교 대북 지원의 실제적인 기반이 된다. 하지만 북한선교에 대한 인식은 극히 빈약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수진영은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해 외재적 접근을 하였기 때문에 북한 공산정권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므로 김일성 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한선교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또한 초기 선교사의 탈정치화 성향의 원인인 근본주의적 신앙을 이어받은 보수진영은 국내의 정치적 상황이나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에 대해서도 무관심했고 진보진영의 그러한 움직임에 대해 백안시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보수진영의 인사들은 진보진영과 전혀 다른 측면에서 북한선교에 접근했다. 즉 신앙선교(Faith Mission)의 측면에서 순수 복음 전파를 목적으로 비밀리에 밀수적인 방법을 통해 복음을 전하려는 시도를 하였던 것이다. 1974년 8월 김창인 목사를 중심으로 ‘씨앗선교회’가 조직되어 ‘기독교 북한선교회’로 성장하게 된다. 이들은 전파가 선교사들과는 달리 아무런 제재 없이 어떤 지역이든 갈 수 있다는 특징을 살려 극동방송 아세아방송 등의 방송을 통한 공산권 선교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1983년 이삭 목사를 중심으로 조직된 ‘모퉁이돌선교회’도 국제적으로 공산권선교를 감당하고 있던 오픈도어(Open Door)선교회와 협력하여 문서선교를 중심으로 한 북한선교를 시작하게 된다. 모퉁이돌 선교회가 사용하는 문서선교 방법으로는 밀수의 방법을 통한 성경배달 풍선을 이용하여 하늘에 띄우거나 비닐을 이용하여 바다에 띄우는 전도지 보내기 그리고 헬기를 이용하여 접경지역에서의 전도지 살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은 몇몇 소수의 움직임이었을 뿐 한국교회 전반에 걸친 북한선교에 대한 무관심은 계속 되었다.

3. 도약의 시기(1988. 7. ~ 2000. 6.)

1988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7․7 선언을 통해 남북왕래의 길이 열려지고 민간의 통일논의가 자유로워졌다. 88서울올림픽을 통해 북한과의 체제대결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된 남한정부는 보다 관용적인 정책들을 펴 가게 되었다. 또한 1990년대에 동유럽의 사회주의 몰락과 동․서독의 통일 중국의 개방과 개혁 등은 한국교회의 북한선교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국내외 정세들의 변화와 더불어 북한교회와의 대화에 참여하게 된 보수진영의 북한선교 열기가 널리 확산되게 되었다. 이는 1991년 1992년 1994년 3차에 걸쳐서 재일대한기독교회의 주관 하에 성립되었던 ‘도쿄회의’에서 KNCC가 북한과의 만남의 장소를 국내로 국한하기로 한 정책과 위배되어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재일대한기독교회와 선교협력을 맺고 있던 합동측과 대신측 그리고 고려파까지 참여하게 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진보진영은 제1차 글리온 회의를 이어 1995년을 통일의 희년으로 선포하고 매년 8월 15일 직전 주일을 ‘평화통일주일’로 정하고 ‘공동기도문’을 채택한 제2차 글리온 회의(1988. 11)와 ‘희년 5개년 공동작업계획’에 합의한 제3차 글리온 회의(1990. 12)에 계속 참가하였다. 그리고 1991년 KNCC 6개 교단을 추축으로 하고 여타의 교단들이 참여하는 “희년준비 위원회”를 탄생시켜 1995년을 통일원년으로 삼기 위해 노력했다.

북한교회와의 대화에 동참한 보수진영은 도약이라고 표현하리만큼 북한선교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7․7 선언 이전에는 개최 자체가 불가능했던 북한선교를 위한 국제선교대회를 “LOVE NORTH KOREA 88”란 명칭으로 1988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영락교회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1990년 3월 23일 충현교회에서 ‘남북통일과 북한선교 세미나’ 개최를 통해 보수진영의 북한선교에 관한 관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통일을 눈앞에 닥친 현실로 인식하며 통일 이후에 북한지역에 교회를 재건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한다는 여론이 일어나면서 한기총을 중심으로 북한선교의 틀을 정비하게 된다.

보수진영의 북한선교는 크게 북한교회재건운동과 북한동포돕기운동으로 진행되었다. 북한동포돕기운동은 진보와 보수의 입장이 크게 다른 점이 없어서 ‘한국기독교’란 이름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연합 사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북한교회재건운동은 진보진영의 강한 비판과 함께 내부의 분열로 이어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탈북자의 발생은 보수진영의 직접 전도의 북한선교 방법론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1992년 중국과의 수교로 금지되었던 한국인의 중국여행이 자유화되어 중국 내에서의 탈북자 사역이 보수진영 내에 급격히 확산되었다.

4. 수렴의 시기(2000. 6. ~ 2007. 6.)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2000년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평양에서 성사되면서 북한선교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북한선교는 은밀한 중에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비밀스러운 사역이 아니라 한국교회 모두가 참여해야할 통일운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KNCC와 한기총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최초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함께 모이게 되었다. 진보진영의 정치적 접근과 보수진영의 종교적 접근 방법론이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면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각자의 다양성과 선교전략을 인정하는 가운데 공통적인 관심사에서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게 되었다. 선교신학적인 인식도 상호 수렴의 과정이 진행되었다. 이 수렴의 과정은 주로 보수진영이 북한교회와 북한정권을 인정하고 그들과 대화해야한다는 의식의 전환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연합과 협력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대외적이고 표면적인 행사위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시기에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기구 유진벨 한민족복지재단 남북나눔운동 CCC젖염소보내기운동본부 등의 대북지원 NGO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또한 북한 전문 기독학자들의 통일 관련단체 창립도 봇물을 이루었다. 2001년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박영환)를 필두로 2003년에 전문가들의 연합체인 기독교통일포럼 2006년 기독교통일학회(주도홍) 2007년 평화나눔재단(김병로) 평화한국(허문영) 등이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다.

5. 연합의 시기(2007. 6. ~ 현재)

Again 1907을 비롯하여 성령운동 부흥운동을 주도하던 단체들은 2007년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의 영적 유산이 북한교회로부터 전수되었으며 북한의 회복은 한국교회의 갱신과 열방 구원의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현충일(6월 6일)과 개천절(10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쥬빌리코리아 대회를 열게 된다. 당시 42개 교회와 단체들이 이 대회에 참여하였는데 면면을 살펴보면 북한선교 단체와 부흥운동을 주도해왔던 단체들이 4대 6 정도의 비율이다. 쥬빌리 코리아는 희년(쥬빌리) 정신을 북한선교의 핵심 키워드로 상정하였다. 북한선교는 교단과 교파 단체를 뛰어넘어 연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북한선교는 더 이상 분열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서 한국교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성령의 도구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인식과 더불어 실질적인 북한선교사역을 감당하는 사역자들의 네트워크와 북한중보기도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2008년 12월 한반도평화연구원의 ‘탈북자들과 함께하는 성경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북한선교 전문사역자들의 교제와 정보교환을 위한 모임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다가 2010년 2월에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북사목)를 창립하였다. 북사목은 북한선교 사역의 현장과 학술적 연구를 접목하며 ‘통일선교목회 패러다임’과 통일한반도에 세워질 교회를 준비하는 ‘제2유형교회론’을 주창하여 실제화 하고 있다.

2012년 4월 21일 탈북민목회자연합회와 탈북민교회연합회 북한민주화운동본부가 공동으로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를 설립하였다. 북기총은 3년차에 접어들면서 남북 출신 목회자들이 북한선교의 비전을 공유하며 탈북민들의 정착 및 신앙 훈련 탈북민 목회자들에 대한 재교육 그리고 북한지역에 세워질 교회의 모델 형성 등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북기총은 탈북민이 단지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동역의 대상이며 통일 이후 북한복음화의 주역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쥬빌리코리아 대회의 영적 열매를 계승하며 2011년 3월 3일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가 시작되었다. “복음적 통일은 우리가 함께 모여 기도할 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희년의 정신으로 교단과 교파 단체를 뛰어넘어 연합하여 기도하는 운동이다. 2015년 1월 현재 56개 북한선교단체와 국내 12개 지역(서울강남 고양파주 춘천 통영 서울강북 부산 대구 경인 대전 제주 전주 광주)과 해외 12개 지역(미국 알래스카 폴란드 바르샤바 미국 남가주 풀러톤 남가주 애너하임 호주 시드니 뉴질랜드 오클랜드 일본 미야자키 미국 시카고 대만 타이뻬이 프랑스 파리 미국 시애틀 캐나다 토론토)에서 정기적인 초교파 연합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2011년 10월부터 통일광장기도회(이용희)가 시작되어 북한 인권과 동성애 반대를 이슈로 기도운동을 확산하였고 2014년에 평화통일월요기도회(김원철)와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김삼환)도 창립되어 정기적인 기도회를 통해 기도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B. 북한선교의 사역유형별 구분과 특징들

본 절에서는 북한선교 사역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겠다. 매우 다양하게 각개전투식으로 진행되어온 북한선교 사역들을 범주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북한을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 바꾸기 위한 다섯 개의 문들―앞문 뒷문 옆문 윗문 영문(靈門)―로 구분해 왔다. 본 필자는 이를 좀 더 세밀하고 발전적으로 구성하여 북한선교 사역을 유형화해 보고자 한다.

1. 앞문선교

북한 당국과의 공식적 접촉을 통해 영유아 어린이 장애인 식량 교육의 영역에서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을 하는 사역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해외동포위원회(해동위)가 북측의 파트너가 된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에 속한 국내 59개 대북 민간단체들 중 기독교정신으로 대북 인도지원 하는 단체는 24개로 전체 40%에 달한다. 주요 종교별로 보면 종교단체 33개 중에서 기독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73%에 해당된다. 기독교정신으로 대북 인도지원운동을 하는 단체가 압도적이다.

기독교 배경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의 구체적 지원 분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CCC 젖염소보내기운동본부장 이관우 목사는 다음과 같이 앞문선교에 대해 평가한다. “대북인도적지원은 인도주의운동이며 평화운동 통일운동이며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이요 인도주의적 정신을 실천하는 현장이며 남북통합과정에 희망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이다. 대북인도적지원은 냉전적 대결을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발전하였으며 당시의 어려운 북한의 식량사정을 조금은 호전시켰다. 남북한 주민 간 접촉을 넓히고 북한주민의 생활을 개선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배투명성의 문제 대북지원을 둘러싼 갈등의 표출 한반도의 변화유도에 역부족임을 확인했다.”

2. 뒷문선교

뒷문선교는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북한선교사역으로서 탈북자 사역(해외･국내) 북한 내지 사역(지하교회․해외취업자)을 의미한다. 해외 탈북자 사역은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 몽골 탈북루트인 동남아 국가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탈북자들을 제자삼아 신앙교육과 신학교육을 하는 제자화 사역과 구제사역 그리고 한국행 구출사역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특별히 20년 정도의 탈북자 사역을 통해 북한 내에 복음이 확산되어 5~15만 명 이상의 지하교회성도들이 생겨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들 가운데 목사안수 받은 사람들은 17~20명 정규적인 신학과정을 수료하였거나 학업 중에 있는 신학생들은 100명 이상 되는데 이들 중 95%는 국내에 입국하기 전 해외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최근 정식 비자를 받아 중국 러시아 등 제3국으로 외화벌이를 나오는 북한 근로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춰 해외에 나온 북한주민들을 접촉하여 물품지원 복음전도 신앙양육을 하는 사역도 일어나고 있다.

국내 탈북민 사역은 통일부 하나원에 들어가 섬기는 하나원 하나교회 섬김 사역 그리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탈북민들을 신앙정착을 돕는 서울지역과 각 지방에 있는 교회들의 탈북민 사역들이 있다. 그리고 국내 정착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각 기독교 선교단체들과 기독교 NGO들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앙훈련 사역들이 있으며 또한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크리스천 대안학교 사역들과 그룹홈 사역들이 있다. 그밖에 일부 교회들과 기독교단체들은 탈북민들의 경제적인 정착지원을 위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탈북민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민 목사로서 통일소망선교회 대표인 이빌립은 한국교회의 뒷문선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해외 탈북자 사역에서 교훈이 있다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하나님의 능력을 잃어버린 일부 인격이 부족한 선교사들의 악함 때문에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기독교에 대해 오해를 하고 복음을 저버렸다. 교회는 해외 탈북자 선교현장에 부부 선교사를 파송하거나 여자 싱글선교사를 파송해주어야 한다. 둘째 많은 탈북자들이 해외에 있었지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선교사들 숫자가 부족하여 더 많은 열매들을 거둘 수 있었음에도 거두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선교를 위해 기도하는 한국교회와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은 해외 탈북자들을 복음으로 양육할 수 있는 선교사들을 탈북자 선교현장에 보내주고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어야 한다. 국내 탈북민 사역의 교훈으로는 첫째 탈북민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다. 둘째 탈북민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지에 대한 전략이 부족하였다. 셋째 교회 안에 탈북민들을 정착시키고 돌볼 북한선교부서가 없거나 부족하였다. 넷째 탈북민들을 가르치려고만 하였지 그들을 리더로 세우기를 주저하였다.”

3. 옆문선교(오른쪽･왼쪽)

옆문선교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북한선교를 위한 토대를 만드는 사역이다. 옆문선교는 북한 당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의해 서로 다른 양태가 나타나기 때문에 오른쪽옆문과 왼쪽옆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오른쪽옆문선교는 북한에 대한 외재적 접근이 강하고 보수적이며 우파적인 접근으로 북한인권운동 탈북민강제북송금지운동 북한인권법제정운동 등의 사역이다. 이에 반해 왼쪽옆문선교는 개성공단 평양 나진선봉 지역의 경제협력을 통한 기업선교(Business as Mission)이다. 둘 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목적은 같다. 하지만 오른쪽옆문선교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전 세계에 알려서 북한의 변화를 외부의 압박으로 이루어내려는 방법이다. 왼쪽옆문선교는 경제영역을 견고한 북한의 감시체제의 틈새로 인식하고 남북 간의 경제․문화 교류를 통해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방법이다.

4. 윗문선교

윗문선교는 라디오 전파 바람 해류 사람을 활용하여 북한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차단된 외부 정보를 들여보내는 사역이다. 라디오방송은 현재 극동방송(아세아방송과 통합) 북방선교방송(TWR-Korea) 광야의 소리방송(모퉁이돌선교회) 등이 지속적으로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과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바람을 이용한 대북풍선사역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북한 지도자를 너무 원색적인 비난하는 전단 내용이나 미디어에 사전에 공개하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살포하는 등의 방법론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다양한 미디어 기기들(USB DVD)의 발전으로 북중접경의 장마당을 통해 한류가 흘러들어가고 있는데 성경통독 파일이나 성경 영화를 들여보내는 사역도 이루어지고 있다.

5. 아랫문선교(영문 靈門 Spiritual Door)

중보기도 및 선교교육을 통해 한국교회가 위의 네 가지 유형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영적･인적･물적 자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 사역이다. 중보기도사역은 연합의 시기를 설명하면서 언급하였으므로 여기서는 북한선교교육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현재 북한선교 학위 과정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북한전공 과정(M. A. Th. M.)이 있고 2016학년도부터 숭실대학교에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가칭)가 석박사 과정으로 개설될 예정이다.

숭실대학교의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는 담임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인사이트 포럼･교회의 중직자를 대상으로 한 소원통일선교훈련･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포유캠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연합의 통일선교아카데미 북한교회세우기연합(북세연)의 북한선교전문대학원 모통이돌선교회의 선교 컨퍼런스･북한선교학교 오픈도어선교회의 북한선교학교 (사)위드의 북한사명학교 통일소망선교회의 북한선교학교･중보기도학교･북한선교 복음컨퍼런스･복음학교･선교사훈련학교 미국 시애틀 안디옥선교훈련원과 제주 열방대학의 NKSS(New Korea Servant School) 한코리아넷의 북한섬김학교 예수전도단 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BEDTS)의 북한선교전략학교 그리고 개 교회별로 다양한 북한선교 혹은 통일선교학교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선교훈련과정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와 같은 네트워크가 분단 70년을 맞아 춘천(4. 13) 대구(4. 23) 제주(5.11) 전주(5.18) 광주･대전(5.19) 고양파주(5. 25) 통영(5. 26) 부산(6. 25)를 순회하면서 통일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은 지역으로 북한선교의 열기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였다. 또한 전문 북한선교단체가 지역의 교회와 연합하여 선교학교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통일소망선교회가 대전 한밭제일장로교회 부산 온천교회 등과 협력하여 북한선교학교를 진행했고 한국오픈도어선교회와 일산장로교회가 함께 북한선교학교를 진행했는데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완해야할 점들도 많이 있다. 북한선교학교들은 다양하게 열리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자격을 인정받기 어렵고 다음 단계로의 후속조치도 쉽지 않다. 따라서 선교학교 진행 주체들 간의 컨소시엄(consortium)을 구성하고 일정한 기준의 커리큘럼을 정하여 공동으로 자격을 인정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하면 초급 중급 상급과 같은 단계를 구성하여 중급 이상은 컨소시엄에서 공동으로 개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과정 수료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follow-up) 관심분야의 사역단체와 연결될 수 있는 후속조치를 컨소시엄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개방 초기에는 정부와의 협력을 위해 공신력 있는 자격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이 컨소시엄에서 교육부에서 인정하는 학위과정을 최상급으로 둘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통일신학 화해신학 북한선교신학 북한교회사 북중접경 비전트립 가이드북 북한선교캠프 가이드북 등 연구 자료를 축적하여 단행본으로 발행하는 연구 사역 과 문서사역도 중요한 아랫문선교 사역이다.

Ⅲ. 북한선교의 진단과 성찰

지금까지 정리한 연대기별 사역유형별 고찰을 통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역자들과 성도들이 북한선교를 위해 노력해 왔는지를 짐작하게 된다. 너무나도 귀한 사역이며 헌신이다. 본 발제자는 이 부분을 평가절하 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올바르지 못한 선교방법 사용과 그리스도의 성품을 갖추지 못한 일부 사역자들의 개인적 일탈과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사역들 때문에 소중한 인적･물적 자원이 낭비되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던 것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것이 이번 컨퍼런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제기하는 진단과 성찰에서 본 발제자 역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소위 북한선교 전문가라고 지칭되는 사역자들 모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광복 70주년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진정한 회개”라고 한다면 더 이상 표면적이고 겉치레하는 립 서비스로서의 회개는 단호히 배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소 실상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있더라도 그런 절박함에서 나온 것으로 널리 이해해 주길 기대한다.

A. 올바르지 못한 선교방법 사용

하나님 나라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다(롬 14:17b). 따라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선교사역은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번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에 급급하여 사역의 과정에서 불의한 방법의 사용을 용인해 왔던 잘못을 회개하고 이후로는 이런 잘못에서 벗어나야 한다.

1. 거짓과 조작

북한선교 특히 뒷문선교사역은 보안이 생명이며 구체적인 사역을 공개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역자는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서 마땅히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 충성해야 한다(고전 4:1~2). 하지만 오히려 이것을 역이용하여 거짓과 조작으로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 후원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어왔다. 가조선교사(십자가에 달려 순교할 각오로 일하는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20여억 원을 편취하여 2008년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Y선교회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2013년 12월 초에 북한사역자 내부 소식망에 19살 탈북여성의 발 사진이 올라왔다. 인신매매로 두만강을 건너다가 심한 동상에 걸렸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심각한 상태였다. 다행히 현지사역자에 의해 구출되어 중국인 의사의 도움을 얻어 치료를 받고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탈북 여성과 전혀 상관없는 단체들이 자기 단체의 모금을 위해 이 사진을 활용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탈북 여성을 돕겠다고 모금을 해서 그 모금액의 30%만 보내준 경우도 있었다.

지속적인 사역을 위해 재정후원을 일으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실제 사역을 각색하여 좀 더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후원자들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각색과 조작은 다르다. 자기 단체와 무관한 사진을 가지고 마치 자기 단체에서 하는 사역인양 사람들을 지갑을 열려고 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한 행동이다. 특히 북한선교는 영적 전쟁이 치열한 영역이므로 이런 거짓과 술수로는 결단코 승리할 수 없다.

인도적 대북지원 NGO단체들이 북한을 지원할 때에도 예상치 못한 수많은 난관들이 발생한다. 이런저런 루트로 북측에 물품을 보내기로 약속하여 어렵사리 모금을 하여 장만을 해도 급작스런 상황 변화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번에 물품이 못 들어갔다고 사실대로 공지하면 양치기 소년이 되어 차후 모금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잘 전달된 것으로 공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단이 노리는 결정이다.

한 NGO단체는 북중접경지역에 농장을 마련하고 농작물을 재배하여 북측에 지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책임자를 파송했다. 수많은 단기선교팀들이 땀 흘려 김을 매고 비료를 주고 추수하여 건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북측에 들여보내지 못할 형편에 처했다. 단체 대표는 중국 시장에 사료로 팔 것을 지시했고 회수금은 투자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후원자들에게는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다음해에도 비슷한 상황을 또 반복했다.

후원자 혹은 일반인들에게 정보를 얼마만큼 공개할 것인지는 단체마다 전략적으로 선택할 문제이다. 하지만 거짓과 조작은 치사량 100%의 변종바이러스이다. 따라서 북한선교 사역에서 결단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각색과 조작의 간격이 너무 좁다. 따라서 사역자는 영적 분별력을 가지고 정직과 진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늘 깨어있어야 한다. 설사 사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리라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2. 정보기관과의 연결

대북 정보기관은 다양한 루트에서 첩보와 정보를 수집하여 종합하고 그것으로 전략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북한주민들과 직접 접촉을 하는 사역자들에게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정보기관과 결탁하게 되면 재정적인 지원과 국내에 있을 때 안가 제공과 같은 특별한 혜택을 받게 된다. 이것은 결국 사역자에게 함정이 된다. 1995년과 2000년에 발생한 선교사 납북사건 2011년 중국 단동에서 발생한 선교사 독살사건 최근의 선교사 억류사건 등은 정황상 정보기관과의 연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국주의적 관점에서 국가 정보기관에 대한 협조를 무조건 잘못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지원이나 각종 혜택을 받게 되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 나라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일말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일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 옳다. 복음을 위해 부름 받은 선교사는 하나님 나라에 명확한 우선순위를 두어야만 한다.

3. 지나친 열정과 맹신 영웅주의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다보면 때로는 상식을 초월해야할 경우가 생긴다. 특히 북한선교와 같은 특수한 상황 가운데서는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을 무시해서는 정상적인 사역을 할 수 없다. 지나친 열정으로 기도응답을 받았다거나 하나님께서 지키실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비정상적인 루트로 북한에 입국하는 것은 많은 후유증을 가져오게 된다.

2013년 자신이 돌보는 지하교회를 방문할 목적으로 북한에 입국한 K선교사의 경우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방북을 강행한 배경에는 영웅주의가 깔려있다고 보인다. 이 외에도 중국이나 북한 고위층과 자신과의 연결을 자랑하며 ‘내가 손을 쓰면 중국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들을 빼올 수 있다’ 혹은 ‘오히려 북한에 넘어갔을 때 뇌물을 써서 빼오면 된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결코 하나님의 선교사역에 적합한 언행이 아니다. 또한 북한선교 관련 집회 및 행사 때에 기독교 신앙과 관련 없는 정치인 고위 공직자들을 초청하여 순서를 맡기는 것 역시 세속주의가 침투한 영향일 것이다.

B. 자격 미달의 사역자

복음에 헌신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은 사역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至難)한 일인가. 본 발제자 스스로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북한선교를 위해 부름 받은 사역자라면 최소한 갖추어야할 자격이 있다. 이런 자격에 미달한 사역자들의 불투명한 재정운영과 여성 탈북자들에 대한 성적 유린 그리고 조선족 사역자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 내어 북한선교를 뒷걸음질 치게 만든 책임이 무겁다.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가 공적으로 사역자들의 자격의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1. 재정의 불투명성

모든 기독교 사역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북한선교 사역에서 재정의 불투명성은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양산해 왔다. 북한선교사역은 이슬람선교와 더불어 가장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역이라고 할 수 있다. 탄탄한 조직을 갖추고 선교사의 모집과 훈련 파송과 사후케어를 감당할 수 있는 선교단체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단체도 사역의 비공개적 특성을 핑계 삼아 명확한 재정보고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고 소규모 개인적 특성이 강한 단체에서는 사역자의 생활비와 사역비의 구분도 모호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한 사역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투명성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역자들이 불투명한 재정운영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다.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선교사역자들에게 필수적인 자격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재정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규모별로 전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단체에는 비공개사역에 대한 재정사용항목을 별도로 지정하여 장부가 공개되어도 실제 사역은 공개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후원금의 입출금에 대한 정확한 정보공개는 회피할 수 없는 본질적인 책임임을 단체의 책임자들이 통감해야 한다.

또한 규모가 작은 단체라도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아 그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고 사역을 위한 지출에는 해당 통장의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영수증을 보관하며 온라인 계좌이체를 활용하면 개인적인 지출과 단체의 지출을 구분할 수 있다. 인적 자원이 없어 재정장부를 따로 기록하지 않아도 통장만 찍어보면 입출금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이것만 실행해도 재정 투명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회피한다면 충성스런 사역자가 될 수 없다.

2. 탈북자에 대한 성적 유린

앞서 이빌립 선교사의 탈북자 사역에 대한 평가를 언급했다. 그 가운데 “일부 인격이 부족한 선교사들의 악함 때문에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기독교에 대해 오해를 하고 복음을 저버렸다.”는 언급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불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탈북자의 70~80%는 여성이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인신매매라는 최후의 수단을 스스로 선택한 경우도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탈북 브로커에 의해 팔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사역자가 이런 탈북여성들을 돌보면서 성적으로 유린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듣게 된다. 성적 유혹은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가장 강력한 사단의 무기 중 하나가 되었다. 탈북 여성은 보호받는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선교사의 무언의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한편으로 여성으로서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수치를 당했던 탈북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성적 순결에 대한 관념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에게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선교사에게 감사의 표시로 동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장기간 함께 이동을 해야 하는 구출사역 중에는 이런 성적 유혹에 더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역자가 성적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며 이빌립 선교사의 제안처럼 부부선교사나 여자 싱글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조선족 사역자와의 불편한 관계

현 상황에서 북한선교의 현장은 북한보다는 중국에 있다. 중국은 언어와 관습과 문화가 다른 타문화권이다. 따라서 언어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중국 땅에 조선족을 예비해 두셨다. 그래서 많은 사역자들이 특별한 언어훈련 없이도 조선족 사역자를 통해서 선교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 백년가약을 하고 한 가정을 이룬 부부 사이에도 수많은 갈등과 오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인 선교사와 조선족 사역자 간에는 어떻겠는가.

종국에는 한국인 선교사는 조선족 사역자를 심부름꾼 심하면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조선족 사역자는 한국인 선교사를 봉으로 여기는 일이 수도 없이 벌어졌다. 이런 결과에 대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한국 선교사에게 있다.

선교사는 말로서가 아닌 삶으로 복음을 전해야한다. 함께 동역했던 조선족 사역자를 삶으로 감동시키지 못한 책임은 고스란히 선교사에게 전가된다. 또한 언어 훈련은 선교사역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자 필수적인 도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족 사역자를 의지하여 사역한지 수년이 지나도 중국어를 하지 못해서 버스표나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도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역자가 적지 않다. 결국 조선족 사역자가 선교사의 눈앞에서 의도적으로 말을 바꾸어 통역하여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책임은 선교사가 져야 한다.

따라서 북한선교사역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 하여 영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영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통해 주변의 사람들을 감화시킬 수 있는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현지 언어를 능통하게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익힐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있는 자이어야 한다. 물론 이 정도의 자격을 갖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선교 사역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기준은 이렇게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이 막중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통일되면 넘쳐나는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북한으로 가면 된다고 말한다. 이것만큼 큰일 날 일이 없다. 말이 통한다고 통일목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준비되지 못한 목회자들 때문에 통일 이후에도 복음전도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복음에 적대적인 북한주민들을 양산해 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러시아를 비롯한 공산권 선교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C. 경쟁적이고 이기적 사역

하나님은 선교하시는 하나님이며 사도행전은 본질상 성령행전이다. 따라서 모든 선교사역은 만유의 주재되시는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도 바울은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빌 2:3)라고 명령한다. 북한선교사역에도 이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안에서의 분열이었다. 특히 정치적 이데올로기 다툼을 교회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종북몰이와 자기 단체의 지명도 향상과 더불어 재정모금을 위해 비밀이 보장되어야 할 것을 언론을 통해 보도하는 언론몰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역에 대한 중복 투자 등의 문제는 반드시 회개하고 돌이켜야할 부분이다.

1. 종북몰이

“종북(從北)”이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집권 정당인 조선노동당과 그 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 등의 주체사상과 북한정권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이 용어는 2001년 12월 21일 민주노동당과 치열한 ‘反조선노동당’ 논쟁을 벌였던 사회당 원용수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민중의 요구보다 조선노동당의 외교정책을 우위에 놓는 종북 세력과는 함께 당(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하며 처음 사용했다.

기독교 내에서의 종북몰이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북한 공산당에 의해 큰 피해를 당하고 남하한 북한출신 기독교인들은 본질적으로 반공의식이 투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이래 ‘분열의 시기’를 지나면서 기독교 내에서 치열한 이념논쟁이 있었다. 1988년 2월 발표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의 선언’은 단기적으로 1988년 7․7선언을 장기적으로는 1991년 12월의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유도하였으며 통일운동사적인 위치에서 기독교 통일운동사와 한국의 통일운동사에 미친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운동사에도 일정하게 자극을 주었다. 하지만 당시 보수진영이 이 선언에 대해 한국교회 대표성과 용공 시비 및 통일주체에 대한 이견으로 비난성명을 내면서 보혁 간 갈등을 표면화하고 서로 대립하는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기독교 내 종북몰이는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글의 일부나 동영상의 특정 부분을 컨텍스트로부터 분리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종북몰이는 북한인권운동과 공조하며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폭로를 통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증오심을 고취하여 그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있다. 시대착오적으로 베트남이 공산화되듯이 종북 세력에 의해 한국이 공산화 된다는 주장을 펼치거나 땅굴 음모론과 홍모씨의 12월 전쟁설이 융합되어 해외로 피신을 가는 기독교인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성경적 가치관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이런 상식 이하의 행동들이 성경을 근거로 예언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도적으로 종북몰이를 하는 쪽은 마치 그것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호도한다. 하지만 세상이 더욱 악해지는 것이 문제인가 성도가 성결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가? 어두움이 더욱 짙어지는 것이 문제인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하는 등불이 문제인가? 악한 세상의 문화와 권력을 향한 관점과 대처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같은 주를 섬기는 하나님의 백성들끼리 서로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겠는가?

이제 기독교 내에서 이런 잘못된 종북몰이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분열시키지 않도록 엄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를 주로 섬기는 교회는 본질적으로 한낱 인간을 신으로 만들어 숭배하는 3대 세습 북한체제를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사단의 세력과 사단에 사로잡힌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북한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앞문과 왼쪽옆문을 열고 들어가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지렛대를 가져야 한다. “자기 의”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겸손하게 인정하며 예수를 주로 인정하는 지체들과 연합하며 북한과의 영적 전쟁에서 십자군 정신이 아니라 십자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2. 언론몰이

누누이 강조한 것처럼 북한선교사역에서는 지켜져야 할 비밀이 많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와 탈북자의 전인 구원에 대한 관심 보다 자기 단체의 이름 내기와 인지도에 더 관심을 가지면 이런 비밀사역 현장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이목을 끌려고 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개인의 공명심과 후원금 개발을 목적으로 탈북루트나 그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스스로 진정한 북한선교사역자가 아님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 진정성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 이런 저런 방송 출현과 신문지상에 이름과 사진이 자주 보이고 인지도가 높은 사역자나 단체에는 많은 후원자들이 몰리지만 정작 온전히 자신을 드려 탈북자 한두 명을 붙들고 씨름하며 함께 사는 선교사들은 완전히 방치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북한선교 사역자들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겉으로 드러난 사역의 외형이나 언변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중심을 볼 수 있는 분별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분별력을 가지고 어떤 사역자 혹은 어떤 단체를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면 삯꾼같은 사역자들이 활기를 치는 일은 잦아들 것이다.

이런 원리는 탈북자 간증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성도들에게 은혜를 끼칠 수만 있다면 간증의 진실성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간증은 별로 감동을 줄 수 없다. 따라서 좀 더 자극적이고 신비스러운 간증을 할 수 있는 탈북자를 찾게 된다. 한 탈북자는 공개할 수 없는 많은 과거가 있지만 십일조 간증으로 유명해져 기독교 언론과 수많은 교회들에서 간증을 하고 있다. 거짓으로도 은혜를 끼치기면 하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간증자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잘 알지 못할 때에는 (사)북기총이나 북사목과 같은 전문사역자 그룹에 문의하여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면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중복 사역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중복사역에 관한 것이다. 최근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역에 협력하고 더 잘되게 도우려는 시도보다는 나름대로의 세력을 가지고 비슷한 일을 또 벌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눈으로 볼 때 엄청난 자원의 낭비요 중복 투자이다. 대기업의 총수라면 결코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몸 된 교회의 지체들은 머리의 지시를 받기보다는 자기가 머리가 되기를 좋아한다.

물론 비슷한 사역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일어나고 이들이 서로 협력하여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교회의 북한선교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따로 중복되어 구멍가게 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엄청난 자원을 쏟고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해 기독교가 타종교에 비해 훨씬 많은 재정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대북지원을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의 목소리를 훨씬 크게 듣는다.

북한선교를 시작하고 싶다면 어떤 사역들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먼저 살피라. 그리고 또 다른 사역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의 사역에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일하라. 특히 연합이라는 말에 속지 말라. 지금은 누구나 연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연합이란 말 속에 이기적 자기 욕망을 맹수의 발톱처럼 숨기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중복된 일에 연합을 하자고 말하면 어떤 사람이 그 일을 하는지를 살피라. 인원이나 재정은 세력을 동원하면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경륜과 세월은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없다. 적어도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 이상 그 일에 매진해온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라면 신뢰해도 좋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하다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급조된 조직은 반드시 탈을 낼 것이다.

개별적인 단체가 한국교회 전체를 묶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말 한국교회가 북한선교를 위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연합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개별 단체는 그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프로젝트를 관심 있는 교회들을 묶어 내어 진행하고 이것이 후일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연합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장려 할만 하다. 전 세계의 빈곤 어린이들을 사랑과 말씀으로 섬기는 일을 해 온 한국컴패션이 2015년 6월 8일과 9일 양일간 북한선교 서밋을 진행할 때 메르스 파동의 직접적인 영향력 속에서도 1 300여명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북한 개방 이후 어린이를 양육하는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로 결의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Ⅳ. 미래 방향성에 대한 제언

지금까지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나누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죄가 드러나고 그것을 회개할 때 하나님의 회복케 하시는 은혜가 임하게 된다. 예레미야는 70년이 차면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오게 하겠다는 예언 후에 이렇게 선포한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 29:11). 앞서 언급한 진단과 성찰의 내용을 진지하게 받고 진정한 회개를 하고 돌이킨다면 미래와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 광복 7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가 북한선교를 위해 어떤 미래의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를 세 가지로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로 하나님께서는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을 통치하시는 주권자이심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영역에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로 대북관의 차이로 인한 남남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세속적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북한을 볼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셋째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개인 혹은 단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범 교단적으로 일관성 있는 북한선교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A. 하나님 주권의 인정

대부분의 교회들은 예배 시간에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로 시작하는 사도신경을 암송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다면 이번 발제에서 드러난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참된 복음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모든 영역에서 인정하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래 방향성이 될 것이다.

1. 하나님 주권의 신학

본 발제자는 하나님 주권의 신학을 북한선교의 가장 중요한 신학적 토대로 세울 것을 제안한다. 이 주제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 대표적인 신학자는 아더 핑크(Arthur Pink)이다. 그는 하나님의 주권 개념을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의 관계에서 찾아냈다. 바울이 로마서 9장 19절 이하에서 토기장이의 비유로 논증하듯이 지은 자는 지음 받은 물건에 대해 주권(sovereignty) 즉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가진다. 하나님의 주권은 그의 통치 원리를 설명하는 추상적 법칙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경건한 삶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며 마음 한구석에 똬리 틀고 있는 반역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또한 바울은 하나님의 주권을 설명하기 위해 리브가의 태중에 있는 쌍둥이에 대한 하나님의 선택을 강조한다(롬 9:13). 말라기 1장 2~3절을 인용한 이 본문은 에서와 야곱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신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을 일깨우는 것이다. 바울은 이에 앞서 의도적으로 “그 자식들이 아직 나지도 아니하고 무슨 선이나 악을 행하지 아니한 때에”라고 언급한다. 하나님의 선택에 있어서 인간의 그 어떤 자격이나 행위도 고려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에서와 야곱을 통한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선포는 북한선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원리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남한과 북한을 야곱과 에서로 비유한 연구나 설교가 많이 있었다. 복음 전파 초기에 남한보다 북한의 기독교가 훨씬 더 강성했기에 북한을 형 에서로 비유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동안 이 맥락은 잘못 이해되어 온 측면이 많다. 남한은 믿음을 붙들어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야곱으로 북한은 믿음을 저버림으로써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에서로 각인시켜 왔던 것이다. 이런 이해는 은연중에 북한을 무시하고 교만한 태도를 보이도록 한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것은 자유와 생명을 찾아 한국으로 온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원래대로 하나님의 주권이란 맥락에서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야곱이 하나님께 선택받은 것은 그가 에서보다 의롭거나 나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북한에 대해 결코 교만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2.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의 영역주권(sphere sovereignty) 사상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통찰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카이퍼는 이 세계를 ‘거룩’과 ‘세속’으로 이원화시키고 이 세상에서 도피하는 종교적 은둔주의 내지 도피주의를 반성경적인 것으로 보았다. 카이퍼의 영역주권 개념에서 ‘영역’은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다양한 창조세계로서 국가 교회 문화 학문 예술 등의 일상적 사회생활의 범주를 의미한다.

카이퍼의 영역주권은 그리스도의 주권을 고백하고 그 고백 가운데 살아가는 모든 기독교인들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회생활 전반에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을 요구하는 선언이었다. 단지 개인적으로만 아니라 기관 단체의 조직적인 참여인 동시에 단지 교회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예술과 학문 등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CCC 통일연구소장 이관우 목사는 한 도시의 직업을 범주화하면 경제 종교 미디어 예술 정부 가정 교육 이렇게 7개의 영역(Seven Domain)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통일준비를 주장한다. NKB(New Korea Builders) 대표 오테레사 선교사는 예수전도단(YWAM)의 구분을 따라 정치(공의) 경제(정직) 교육(지혜) 가정(사랑) 종교(긍휼) 과학(창조) 문화예술(거룩) 미디어(진실) 이렇게 8대 영역을 구분하여 각 영역별로 기도정보를 정리하여 ｢통일코리아를 세우는 100일기도｣를 역어내기도 했다.

3. 선교적 북한이해를 위한 럭비공 구조론

본 발제자는 ‘럭비공 구조론’을 선교적 북한이해를 위한 틀로 제시한 바가 있다. 어떤 복잡한 체계를 이해함에 있어서 ‘하나만 제외하고’ 모든 변수를 제거함으로써 핵심적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추상화(推象化 abstracting) 작업이다. 추상화란 현실에서 출발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가면서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다. 북한에 대한 추상화 작업을 통해 북한을 세 개의 영역으로 단순화 시킬 수 있다.

첫째 영역은 북한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실 그 자체를 다루는 개요 북한의 역사 그리고 체제이론들을 통해서 북한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숲이다. 둘째 영역은 김정일 정권 혹은 북한당국으로 표현될 수 있는 핵심영역(지도자 사상 정치 군사)이다. 셋째 영역은 일반 북한주민들을 의미하는 주변영역(경제 교육 외교 사회 문화 종교)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영역을 형상화(形象化 imaging) 작업을 통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럭비공으로 시각화 하였다. 형상화는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시각적 사고’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왜 북한을 럭비공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북한사회는 철저하게 최고 통치자 1인에게 국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그 초월적 권력은 김일성에게서 아들 김정일에게로 또 손자인 김정은에게로 세습되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떤 전통이나 다수의 의견수렴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고 통치자 한 사람의 결정과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다. 최고 지도자가 결정하면 국가 전체가 그 방향을 따른다. 특히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종교적 우상화 작업은 그런 특성을 더욱 확대하고 고착화시켰다.

둥근 축구공은 날아오는 각도와 세기 회전에 따라 어디로 튈지 예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럭비공은 어떤 부분이 땅에 닿느냐에 따라 튀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주체사상의 중심을 ‘혁명적 수령론’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 차지하면서부터 절대적 권력은 더욱 공고해 졌다. 절대적 숭배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실수나 과오 그리고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북한사회에서 최고 지도자의 명령과 지시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수행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은 북한의 정책들과 미래 방향성에 대해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최근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기념식 참가 번복이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불가를 통보하는 일 등은 김정은 시대에 불예측성이 더욱 증가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북한을 럭비공으로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한이 정치(조선로동당)와 군사(국방위원회) 두 영역을 중심으로 모든 사회의 질서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점을 중심으로 하여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을 연결하면 원이 된다. 그런데 중심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면 타원이 된다. 즉 중심이 되는 두 점에서의 거리를 합한 값이 일정한 점들을 연결하면 타원이 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김일성의 사망과 자연재해 공산주의권 붕괴로 이어지는 위기 속에서 김정일은 체제 유지를 위해 선군정치를 표방함으로써 기존의 정치 중심적이던 북한을 정치와 군사 두 축을 중심으로 재편하였다. 현재의 김정은 역시 조선로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북한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타원은 매우 적절한 상징이 될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이와 같은 통찰을 바탕으로 럭비공의 형태에 추상화한 세 가지 영역을 배치한 것이다.

럭비공 구조론은 북한정권(핵심영역)이 북한주민(주변영역)들을 완전히 종속시켜 통제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모든 자원은 핵심영역이 독점하고 있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대북지원과 남북교류는 독재정권의 생명만 연장시키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북한을 봉쇄하고 압박하기 위해 더 이상 대북지원을 하지 않고 북한정권의 잔악함을 전 세계에 알려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켰다고 가정하자. 일차적인 피해가 북한정권에게 가겠는가? 아니면 주민들에게 가겠는가?

이것은 마치 계란을 삶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란을 삶을 때 겉에 있는 흰자위가 먼저 익고 나서야 안에 있는 노른자위가 익는다. 북한의 독재정권(노른자위)이 급변사태에 의해 무너지는 것은 북한의 일반 주민들(흰자위)이 이미 다 없어진 이후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계란을 삶아 먹어버리기보다는 사랑으로 품어서 생명으로 부화시키기를 원하실 것이다.

4. 영역별 통일준비

이제 럭비공 구조론에서 제시된 각 영역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통일한국을 세우기 위해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할지에 대해 제안하겠다. 지도자 영역에서의 한국교회는 국내 및 전 세계에 있는 탈북민들을 통일코리아의 지도자로 양육해야 한다. 특히 탈북민 목회자들은 남과 북을 동시에 경험하고 신학교육과 목회훈련까지 겸비되어 있어 통일 이후 즉시 전력화 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탈북민 목회자가 세운 교회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세워가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들을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북한 사회를 재건할 느헤미야와 같은 크리스천 전문인으로 양육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상 영역에서는 미래 통일의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겪을 사상적 영적 아노미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그들이 기독교 세계관(신앙)으로 혼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복음 전도의 내용과 도구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북한주민들이 자본주의의 황금만능사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당장에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제공하면서 진정한 섬김과 신앙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것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 자원들을 미리 양육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정치 영역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 내에서 북한의 본질적 변화를 위해 남북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설득하여 통일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교회가 감당해야 한다. 교회가 꿈꾸는 통일은 정치나 영토적 통일보다는 북한주민들이 신앙생활의 자유가 보장되고 교회 설립과 전도의 자유가 보장되는 상태가 최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흡수통일’의 개념보다는 남북 간에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 되어서 ‘사실상의 통일’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또한 한국의 구태정치(지역감정 연줄 정치 당파 정치 지도자의 도덕적 해이)를 청산하고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통일한국의 정치 청사진 마련하고 실천하는 일을 준비해야 한다.

군사 영역에서의 통일준비는 추호의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튼튼한 안보를 준비하는 것이다.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국방산업의 실태에 대한 과감한 국방개혁 필요하다. 또한 자본주의 평화론의 관점에서 군비경쟁보다는 경제협력이 효과적인 대남도발 억제력이 된다는 사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6월 4일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가 있었다.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가입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2003년부터 정회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가입안 자체가 상정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의 묵인으로 가입안이 상정되었다. 그런데 그 전날인 6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 30년 만에 무기개발시험장에 방문했고 북한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km이상의 탄도미사일(현무-2B)의 성공적인 발사모습을 관람했고 “북한이 감히 도발해 올 수 없도록 실질적인 억제역량을 구비해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핵심 대응전력의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반대표를 중국은 기권을 함으로서 한국의 OSJD 정회원국 가입은 무산되고 말았다. 튼튼한 안보를 위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필요하다고 해도 OSJD 장관회의 하루 앞에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책결정자들이 더 많이 세워져야 한다.

경제 영역에서의 통일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경제는 북한의 본질적 변화를 위한 틈새이다. 한국교회는 개성공단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선교(Business as Mission)의 차원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어떻게 자본주의의 폐해를 이식시키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며 미래 북한을 친환경농법(유기농법 자연농법)을 통한 고부가가치의 낙농국가로 발전시킬 전략 개발해야 한다.

교육 영역에서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할 역할은 북한 주민들이 수령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상화교육을 통해 형성된 북한주민들의 독특한 의식구조에 대한 선행연구 필요할 것이다. 북한 변화의 과도기에 영어 의료 경제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교육 요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나 국제사회가 공인할만한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을 세우고 그 일을 감당할 인적 자원을 길러내야 한다.

외교 영역에서는 한반도의 통일은 이미 민족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제 사회의 문제가 되었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북아(한중일) 및 세계 평화에 기여할 통일 코리아 비전을 확립하고 이런 비전들을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이 주변 4대 강대국에게 꾸준하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더 이상 북한과의 체제대결적 외교를 펼치기보다는 이미 모든 면에서 압도하는 국력을 가진 한국이 따거(장형 長兄) 외교를 펼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전 국제 사회에 한반도 분단의 엄혹한 현실과 통일 코리아에 대한 비전을 확산하는 일을 한국교회와 크리스천들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가정 영역에서는 과연 한국사회가 북한보다 더 나은 것이 있는지에 대한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 사회 특히 크리스천 가정의 회복이 선결 과제가 아닐까 싶다. 배우자보다는 자녀를 우선시하는 풍토는 성경적이지 않다. 유일하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인 배우자에 대한 분명한 우선순위가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 북한 영유아의 영양 의료 생활환경을 지원해야 하고 일상적 감시와 억압으로 상처 입은 마음들을 치유할 수 있는 북한전문 상담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탈북여성들이 제3국에서 출산한 자녀에 대한 관심과 돌봄은 바로 지금 실천할 수 있는 사역이다.

문화 영역에서는 북한의 문화를 긍정적 다름의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동성애 등과 같은 반성경적 문화가 북한에 확산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북한의 언어 중에 한국과 전혀 다르게 쓰이는 단어와 문법들을 외국어 차원에서 미래 배워서 북한주민들과의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남북이 함께하는 건전한 놀이문화와 함께 부를 수 있는 통일노래들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B. 남남갈등을 극복하는 해석학적 접근

또 한 가지 북한선교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대북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해석학적 접근법”을 제안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북한은 분명히 정치․군사적으로 대결 상태에 있는 경계의 대상이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할 동반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적인 현실이 북한 인식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휴전선 철책이 한반도의 허리에 깊이 박혀 있다는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국 사회 및 한국 교회의 구성원들은 건전한 안보관이 분명해야 한다.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며 외세를 배격해야 하다는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생긴다. 북한은 결코 적화통일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상대이다. 따라서 철통과 같은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북한의 책동에 말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은 우리와 한 피를 나눈 형제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이나 중국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북한인식과 우리의 인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원래 하나의 민족이요 다시 하나 되어야할 동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적대감을 해소하고 민족애를 바탕으로 통일의 동반자 관계로 북한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중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성경적 가치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대북관을 모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통일준비이다. 여기서는 북한에 대한 기존의 관점인 외재적 접근법과 내재적 접근법을 소개하고 그 대안으로 해석학적 접근을 제시해 보겠다.

1. 외재적 접근

우선 외재적 접근법은 전통적 관점이다. 외재적 접근법은 북한이라는 대상을 객관적·외부자적인 시각에서 분석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북한 체제의 전반적 현상을 관찰한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가 전체의 이익이란 명목으로 침해당하고 있는 북한 사회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관점은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했던 장년층 이상의 세대에서 많이 발견된다. 여전히 북한을 지칭할 때 ‘빨갱이’ ‘북괴’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아주 싫어한다. 북한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북한 정권은 무너져야 하고 또 무너질 것이란 기대를 가진다.

또한 북한을 인식할 때 김정은 정권과 일반 주민을 분리하는 경향이 있다. 권력을 이용하여 개인 우상화를 일삼고 주민들을 압제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과 그의 추종자들은 응징하고 추방해야 하지만 그 정권 아래 핍박당하고 있는 주민들은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인도주의적인 대북지원도 ‘퍼주기 논리’로 거부한다. 결국 김정은 정권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지원하면 그 지원물품들이 주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독재정권의 수명만 늘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으로 북한을 외면한 결과가 현실적으로 북한의 중국에 대한 예속화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위기를 자국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맞물려서 이제 북한이 중국의 동북4성이 되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북한을 그냥 내버려두면 망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흡수통일 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나도 순진한 발상이며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발상이다.

2. 내재적 접근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접근법은 내재적 접근법이다. 수정주의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정주의란 지금까지 사실로 믿어왔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의문을 가지고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이론이나 학설을 수정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1980년대부터 기존의 냉전적 북한연구를 넘어 북한에 대한 내재적 이해가 한국 사회에서 강조되기 시작했다. 북한이라는 대상을 분석할 때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한체제가 설정해 놓은 이념과 논리를 기준으로 북한 사회의 현상을 분석해야 제대로 된 북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북한 주민들이 최고 지도자에 대해 맹목적인 복종을 하는 이유를 ‘내재적 순응성’에서 찾는다. ‘내재적 순응성’이란 자녀가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자연스런 복종을 의미한다. 이 관점으로 보면 북한 사회는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며 그 생존 가능성도 높게 보인다.

이런 내재적 접근법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사회의 작동 원리를 밝혀 주었다. 하지만 외재적 접근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것인 만큼 북한체제의 긍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오류를 범해왔다. 또한 북한 사회 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폐쇄성과 물리적 폭력을 동원한 독재성 그리고 출신성분에 따른 불평등성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3. 해석학적 접근법

이렇게 서로 대립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이런 북한인식의 대립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려고 할 때 가능하다. 이것을 “해석학적 접근법”으로 명명할 수 있겠다.

현대 세계에서 해석학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기독교 신학자들은 이 기술을 성경 해석에 사용해왔고 판사들은 새로운 사건에 옛 법을 적용하려 할 때 이 기술을 사용했다. 해석학은 시간이나 공간이 다른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듯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해석학을 북한 인식에 적용하면 지금까지의 외재적 접근 혹은 내재적 접근의 한계를 뛰어넘어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접근이 가능해 진다. 하나님의 눈으로 북한을 본다는 것은 북한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과의 관계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즉 분단된 한반도가 복음으로 하나 되게 하고 남과 북이 한 손에는 복음을 들고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온 땅 구석구석을 누비게 될 것을 기대하는 미래지향적 북한인식이 바로 해석학적 접근법이다.

북한을 해석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태도를 취하게 된다. 첫째로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종교적 우상화를 거부하고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성경의 권위에 대해 확신한다. 동시에 교회를 핍박하고 탄압하는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미래에 희망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며 이것이 남북관계에서도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과의 접촉에 있어서 혼합주의는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기독교의 유일성은 특정한 예배 형식이나 종교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총체적인 복음 즉 복음적인 삶 속에서 발견되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을 선포할 때는 겸손과 사랑으로 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신뢰한다면 어쩌면 북한 당국과의 만남 가운데서 기독교 신앙이 왜곡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복음 안에서 발견한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을 그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해석학적 접근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사람은 김정은을 포함한 모든 북한사람들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는(딤전 2:5)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게 된다. 기독교의 핵심은 ‘사랑’이다. 하나님은 사랑(요일 4:8)이시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마치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는 탕자의 형과 같은 태도이다(눅 15:28). 아버지의 마음보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예수님께서 짊어지신 십자가는 불의에 대한 징벌이 아니었다. 온전한 자기희생이다. 따라서 교회는 십자군 정신이 아니라 십자가 정신으로 북한선교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셋째로 해석학적 접근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사람은 자기주장이나 방법만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다.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선교전략이 서로 달라도 상대를 폄하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공식적인 선교나 비공식적 선교 모두 북한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각각의 방법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도의 방향도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야 한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도를 넘은 지지나 반대는 삼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그것마저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현실에 아예 눈을 감으라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 역시 하나님께서 지으셨고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곳이다. 따라서 신문과 TV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인 기도모임에서 실시간의 북한관련 이슈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그것에 마음이 빼앗겨 이리 저리 요동해서는 안 된다. 변함없으시고 요동치 않으시며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신(약 1:17) 하나님 아버지를 붙들어야 한다.

C. 범 교단적 북한선교 컨트롤타워 구축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성을 가진 연약한 존재이므로 평등성과 합리성을 충족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살게 해야 질서를 이루며 산다. 이런 원리는 북한선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아무리 옳은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을 지켜도 아무런 보상이 없고 지키지 않아도 제재가 없다면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개별적인 북한선교사역자나 북한선교단체 각 교단 모두에 해당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모든 교단과 북한사역을 감당하는 교회들과 선교단체를 총 망라하여 북한선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을 반드시 구축해야만 한다.

이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올바른 선교방법을 제시하고 제대로 자격을 갖춘 사역자를 길러내며 연합과 협력의 사역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간절한 바람대로 통일의 문이 열려서 누구나 자유롭게 북한을 출입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더욱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이미 합의된 선교정책과 행동수칙을 따라 각 교단과 중대형 교회들과 선교단체들이 협력하여 준비된 탈북민 사역자들과 함께 그들의 고향으로 일사분란하게 나아가 아노미 상태에 빠진 북한주민들의 당면한 필요를 채우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며 단일교단의 기독교회를 세우는 상황과 아무런 원칙도 없이 너도 나도 각개 돌진하여 북한 땅에서 신자 쟁탈전을 벌이게 되는 상황을 비교해 보라.

오래전부터 이런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계속 있어왔다. 그런데 왜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까지도 한국교회를 망라하는 북한선교의 컨트롤타워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 필요를 모두가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일은 너무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졌고 다들 개 교회 성장과 교단 정치 국가권력과의 유착에 마음을 빼앗겨 있었다. 몇 차례의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끝나는 것도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교환경이 달라졌다.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이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의 마음을 깨우고 있고 북한선교의 뜨거운 열기가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바로 지금이 하나님이 주신 카이로스의 때이며 연합의 시기에서 실질적 준비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분수령을 세워야 할 때이다. 지정토론자들과 플로어의 토의를 통해 보다 발전적 대안이 나오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제 당위를 넘어 범 교단적인 북한선교의 컨트롤타워(가칭 개신교 통일선교정책협의회 통정협)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통정협의 구성

우선 각 교단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 때 임기가 정해져 있는 교단장이나 총무보다는 향후 5~10년 동안 교단 내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위원장으로 하는 북한(통일)선교위원회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전에 한기총 북한교회재건운동에서 교단장들이 모여 합의한 원칙들은 아무런 구속력이나 영향력도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해당 위원회가 조직된 교단은 그대로 참여하고 없는 교단은 대표성 있는 기관을 조직하여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선교단체의 참여는 현재 이미 구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연합단체 중심으로 할 수 있다. 기독교통일포럼 (사)북한기독교총연합회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연합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 통일광장기도회 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통일사역교회연합과 같은 단체들이 후보군이다. 한인디아스포라와 외국인 북한선교단체를 포함하여 개별 선교단체는 ‘설립 이후 활동연수 20년 이상 경과’ ‘이사회가 조직되어 있을 것’ 등의 기준을 충족하고 연합단체들의 추천을 받으면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2. 통정협의 특징과 역할

구체적인 이 통정협의 조직구성이나 역할에 대해서는 3차례 이상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전체 구성원에 대해서 방청권과 발언권을 보장하고 의견 조율을 위한 난상토론이 가능한 원탁회의로 진행하고 주요한 의사결정은 방청권 발언권 그리고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상임위원을 일정 수 이상 두어서 결정할 수 있다. 소수의 대표자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형태보다는 상임위원회 중심의 집단의결체제가 어울릴 것이다.

컨트롤타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져야 한다. 각 교단 개 교회 및 선교단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명실공이 개신교의 북한선교에 관한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 그래서 한국개신교의 대북 활동 및 통일과정에서의 정부와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통정협의 역할은 통일선교정책의 결정과 실행에 대한 권한을 가진 조직 인권문제와 대북지원문제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조화와 균형을 이룬 조직 각 영역별 분과를 두어서 한국교회 내에서 해당 영역에서 통일과 연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헌신할 의사가 있는 자원들을 네트워크 하는 기능을 가진 조직이 되어야 할 것이다.

3. 통정협 설립을 위한 제안

이번 광복 70주년 연합북한선교컨퍼런스에 참여한 분들이 개신교통일선교정책협의회 발족준비위원들이 되어 1개월 혹은 2개월 후에 교단의 북한선교위원회와 선교단체 개 교회의 통일선교부서 등 북한선교 관계자들을 총망라하여 초청하고 최소 3차에 걸친 난상토론 형태의 공청회를 가진 후 그 의견들을 취합하여 실질적인 조직에 들어가기를 제안한다.

Ⅴ. 나오는 말

“주여! 70년이 찼나이다”라는 간절한 절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압에 시달리는 동포의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한선교를 선도적으로 이루어야할 사명을 가진 한국교회가 피 묻은 십자가 복음의 능력을 회복해야만 한다는 간절함이 앞선다. 결국 하나님의 주권 아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 될 때 남북을 한 새 사람으로 지어 하나님과 화목하고 열방을 복음으로 섬기는 통일한국을 한반도에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산불이 난 것을 본 사람은 혼자서 그 불을 끄려고 해서는 안 된다. 산불 진화는 한 사람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속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함께 꺼야 한다. 북한선교의 사명도 마찬가지이다. 광복 70주년이란 골든타임을 무의미하게 지나쳐버린다면 G1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의 영향력에 북한이 완전히 예속되어버려 영구 분단의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더 이상 현실적으로 체제유지가 어렵게 되었을 때 광적인 북한정권에 의해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제대로 된 북한선교사역를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북한을 향한 무관심도 극복하고 좌우 양극단으로 치우친 관점도 극복하여 평화통일을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북한 체제가 스스로 무너질 것이란 허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대북 교류협력을 활성화하여 ‘사실상의 통일’을 향한 발걸음을 한발 한발 성실하게 내딛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이 귀한 컨퍼런스의 자리를 허락하신 하나님과 함께 컨퍼런스를 연 (사)미래목회포럼 (사)북한기독교총연합회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 그리고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모든 관계자들께 감사드리며 발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