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질의한 13개 부분에 대한 질문에 후보들이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교회대선후보정책토론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개했다.

▲한국교회대선후보정책토론준비위원회가 17일 대선 후보로부터 받은 질의서를 공개했다.ⓒ뉴스미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사형제도와 핵발전에 대해 상반되는 입장을 드러냈다. 대북인도적지원 문제와 종교사학 문제 그리고 종교편향법 등에 대해서는 약간씩 다른 입장을 밝혔다.

준비위원회는 기독교 윤리사상에 입각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생명 ▲환경 ▲인권 ▲복지 ▲경제정의 ▲한반도 평화 ▲국민소통 ▲식량주권 ▲교육철학 및 ▲공정한 종교정책 방향 등에 대한 주제들에 대해 질의했다.

생명윤리와 관련 사형제의 존속을 묻는 질문에 박근혜 후보는 존치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반면 문재인 후보는 흉악범죄의 증가에 분노하지만 처벌 강화로 사형제가 적절한 방안은 아니라고 답했다.

환경윤리 영역에서 질문된 핵 발전소 관련 질문에 박 후보는 “대체에너지 개발시까지 일정기간 지속할 수밖에 없으며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원전 안전정책을 추진할 것을 공약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설계 수명을 다한 노후원전은 안전한 폐로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대북지원 朴 “조건적 지원” vs 文 “인도적 지원”

대북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양 후보 모두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화 국면의 전환’을 단서로 달았다. 박 후보는 “신뢰와 공존 화해의 기조 위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대북지원사업을 확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문 후보는 동포애적 견지에서 정세에 연동시키지 않고 필요에 입각 지원할 것이라고 밝혀 정치적 상황과 관계 없는 지원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등가성 교환이라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종립학교의 종교 교육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권시절 종교법인의 자율적 운영과 종교교육을 위축시키려는 사학법 개정안은 당시 한나라당이 대여투쟁을 통해 완화시킨 적이 있다”며 “종교사학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함께 추구해 나간다면 종교교육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벌칙을 부과하면서까지 이뤄지는 종교교육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정부차원에서 종립학교는 종교에 따른 건학이념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바 이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차원에서도 무신앙 또는 타종교 학생들의 불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대체과목 개설 등 절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평화법 관련 朴 “종교간 합의가 전제” vs 文 “특정 종교 옹호 피해야”

최근 종교간 소통과 공존의 문제를 법으로 규정하는 ‘종교평화법’과 관련해 양측 후보는 모두 종교 갈등을 피하고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박근혜 후보는 법 제정과 관련 “종교계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분명히 전제한 뒤 “정부가 종교 간에 협력하는 일에 있어 편향시비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형평성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과 관료들이 특정 종교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관련 인선을 하면서 종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고 지적하면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면서 종교계의 의견을 귀담아 듣겠다”고 말했다.

준비위원회는 대선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공개적으로 정책에 질의하고 대선 후보들에게 답변을 받은 이번 사안에 대해 “기독교 내 보수와 진보 진영이 공동으로 대선 후보들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해 성실한 답변을 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하면서 “기독교인들의 대통령 선거에서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준비위원회는 지난 11월 중순 대선후보 초청 정책토론회를 위해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등 5개 단체가 모인 것으로 당초 기획했던 토론회는 종교 편향 등의 우려로 무산됐으나 공개질의서를 통해 한국교회의 질문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마무리 됐다.